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여당의 정책 드라이브에 맞설 카드 중 하나로 연말 ‘쌍특검 법안’(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경기 성남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기다려 왔다. 일각에서는 여야 신사협정 이후 모처럼 정책 경쟁이 불이 붙으려는 찰나에 다시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국회가 빨려들어 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쌍특검에 대해 “지난달 24일 부로 부의된 것으로 간주돼 있다”며 “언제든지 처리해도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상 요건을 다 갖췄기 때문에 신속히 부의해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적 시한은 12월24일로 60일 정도 본회의에서 계류시킬 수 있지만, (법 취지가) 그 안에 처리하라는 것이지 꽉 채우라는 게 아니다”라며 “이미 본회의에 대해 합의한 날짜가 있기 때문에 12월 말까지 기다리겠다면 사실상 처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신속한 처리를 예고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르면 오는 23일 본회의나 30일 본회의에서 쌍특검 법안의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에 처리할 게 산적해 있다. 쌍특검 법안도 본회의에 부의된 상황인데, 이른 시일 내 처리해 달라고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촉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늦어도 내달 8일에는 쌍특검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쌍특검의 칼날은 모두 여당을 향하고 있다. 김 여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김 여사가 가담한 의혹과 관련 수사를 대상으로 한다. 이 사건과 관련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관련자들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됐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다만 김 여사가 단순히 계좌를 맡긴 것인지, 이를 미리 알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또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은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정치·법조계 인사들이 화천대유 등 부동산 개발회사로부터 5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하자는 것이다. 50억 클럽 명단에는 박영수 전 특검, 곽상도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올라 있다.
국민의힘은 쌍특검 패스트트랙 발의 당시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덮기 위한 방탄용 특검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와 검찰도 특검 도입이 결과적으로 진실 규명에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특검이 연말 동시에 시작되면, 내년 총선까지 특검 정국이 이어지며 잦아들었던 여야의 정쟁이 다시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