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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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野 이동관 방통위장 탄핵 강행 , 명분·실리 없는 폭주다

오늘 국회 본회의 전 당론 결정
韓장관은 득보다 실 커 제외할 듯
국민에게 더는 피해주어선 안 돼

더불어민주당이 또 탄핵카드를 꺼내든다. 민주당은 어제 의원총회를 갖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 당론을 오늘 국회 본회의 직전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탄핵소추 대상에서 제외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국무위원 탄핵안은 국회 본회의 보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하고, 가결이 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15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168석의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일방적으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취임 석 달도 안 된 이 위원장에게 탄핵소추될 만한 귀책사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탄핵 사유는 이 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본연의 직무에 해당한다. 민주당은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MBC 관리감독 부실책임을 물어 해임한 일 등을 이 위원장 탄핵 사유로 든다. 이런 행위를 묵과하면 이 위원장이 ‘방송장악’에 나설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권 이사장의 해임 사유는 MBC 사장 선임 부실 검증 등 10여개에 이른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은 헌법과 법률의 위배 정도가 중대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민주당이 제기하는 사유는 일방적이고 설득력이 없다. 민주당이 이 위원장을 탄핵소추하면 방통위는 2인 체제가 되고 의결 정족수에 미달돼 기능을 제대로 못 하게 된다. 민주당은 방통위를 무력화해 MBC 사장 교체를 막으려는 것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들어 다수 의석을 무기로 대통령 탄핵을 겁박하거나 국무위원을 탄핵하는 등 탄핵소추권한을 남용해왔다. 지난 2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책임이 무겁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했으나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결정으로 기각됐다. 이 장관의 직무가 정지된 167일 동안 집중호우로 많은 인명피해가 나고 주무 장관의 공백으로 대응에 한계를 노출했지만 민주당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은 물론이고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도 걸핏하면 입에 올린다. 대통령 탄핵 외에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며 힘자랑에 거침이 없다. 민주당이 수도 없이 공언하던 한 법무장관 탄핵 추진을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하려는 것은 총선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보수층 결집 등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의 탄핵 남발이 ‘총선용 꼼수’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국회가 비생산적이면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명분과 실리 없는 폭주를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