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대법원장) 후임자를 고르는 데 있어서 국회를 통과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조희대 전 대법관을 새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한 가운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인선 배경에 관해 내놓은 발언 일부다. 말 그대로 여소야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인물을 고르는 데 최선을 다했다는 뜻이다. 마침 조 전 대법관은 2014년 대법관에 임명될 당시 국회 표결에서 반대표가 고작 4표만 나왔을 정도로 여야의 초당적 지지를 받았던 만큼 이번에도 청문회를 수월하게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국회에 따르면 2014년 2월 초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대구지방법원장이던 조 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했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뒤 같은 해 2월20일 임명동의안 표결을 실시했다. 총 300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234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30표, 반대 4표로 가결됐다. 여야가 초당적 지지를 보낸 것이다.
이런 기류는 국회 본회의 표결에 앞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논의 단계에서 이미 나타났다. 조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김동철 의원(현 한전 사장)이 맡았다. 그는 청문회 실시 직후 본회의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도덕성 측면에서 특별한 흠결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대법관으로서 직무를 무난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청문회는 병역기피, 탈세,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 불미스러운 사안들이 전혀 제기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여야 간에도 아무런 논란 없이 청문회가 무난하게 진행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조 전 대법관이 그만큼 빼어난 인물이란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당시 인사청문특위의 임명동의안 경과 보고서 채택은 여야 의원들 모두 “이의가 없다”고 하는 가운데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인사청문특위에는 민주당 박범계, 진선미 의원 등이 있었으나 별다른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
조 전 대법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임명됐지만 청문회에서 5·16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쿠데타라고 생각한다”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유신헌법에 관해서도 “권력분립을 후퇴시키고 국민의 기본권을 약화시킨 바람직하지 못한 헌법이었다”고 소신을 밝혔다.
“법관에서 퇴임한 후에 로펌(법무법인) 등에서 일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그는 2020년 대법관 임기를 마친 뒤 변호사로 활동하는 대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석좌교수가 돼 후학 양성에 매진해왔다.
일각에선 1957년 6월 태어난 그가 헌법이 정한 대법원장 임기(6년)을 채우지 못하고 2027년 6월 정년(70세)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약점으로 거론한다. 그런데 2027년 6월이면 현 윤석열정부 임기가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만큼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윤 대통령이 임기 중 또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