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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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대주의 확산에 명칭 변경 추진하는 독일 ‘안네 프랑크’ 어린이집

독일에서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상징인 ‘안네 프랑크’ 이름을 사용하는 공립 어린이집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에 따른 반유대주의가 확산하면서 명칭 변경에 나섰다.

 

9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에서 서쪽으로 약 120㎞ 떨어진 작센안할트주 탕게르휘테 마을에 있는 안네 프랑크 공립 어린이집이 ‘월드 익스플로러’ 어린이집으로 명칭 변경을 추진중이다.

탕게르휘테 마을에 있는 안네 프랑크 공립 어린이집. 뉴욕타임스 제공

1970년대부터 안네 프랑크 이름을 쓴 어린이집의 학부모와 직원들은 지난달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자 명칭 변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의 상징인 안네 프랑크란 이름을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작용했다.

 

어린이집의 원장 역시 인터뷰에서 “정치적 배경이 없는 이름을 원한다”고 밝혔다.

 

명칭 변경 추진에 대해 지역 정치인들과 유대인 단체 등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제 아우슈비츠위원회는 “반유대주의와 극우 극단주의가 새롭게 대두되는 이 시대에 안네 프랑크의 이름이 공공장소에서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은 추모 문화에 경종을 울리고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센안할트주의 장관인 스벤 슐체는 “이러한 제안은 완전히 터무니없고 편협한 생각”이라며 “탕게르후테 시의회에서 활동하는 의원들이 개명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탕게르휘테시는 새 명칭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드레아스 브롬 탕게르휘테 시장은 “우리는 많은 건설적인 제안과 제안을 받았으며, 이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러한 논의는 현재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채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