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9일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과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등을 담은 ’2호 혁신안’을 당 지도부에 공식 건의했다. 논란이 됐던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계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출마를 권고했던 ‘인요한 권고안’은 보고되지 않았다. 권고 대상으로 지목된 중진의 반대 움직임도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직후 “최고위는 혁신위의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의사를 존중한다”며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당한 시기에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 참석해 2호 혁신안인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당헌·당규 명문화 ▲국회의원 세비 삭감 ▲현역의원 평가 후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의 제안을 설명했다. 아울러 부속 의견으로 2호 혁신안 상당수가 입법 사안이므로 당은 적극적인 입법으로 혁신안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입법 이전에 실천 가능한 것은 당헌 개정 등으로 실천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최고위는 이날 혁신안을 의결하지는 않았다. 박 수석대변인은 ”의원 정수, 세비 감축은 의원총회 과정을 거쳐야 하고, 하위 20% 평가자 배제 등은 총선기획단에서 실무적 검토를 해야 한다. 불체포특권도 의견을 수렴해 당론이 필요할지도 정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권고한 기득권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에 대해서도 박 수석대변인은 “권고 사항 같아서 오늘 구두로도 보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들의 시간이 필요하고 당사자들의 판단도 있어야 한다”며 “지도부가 의결하고 말고 할 성질이 아니고, 시간을 조금 줘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이 지목한 당의 중진 기득권 의원들은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전날 대구 5선 주호영 의원은 대구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며 “서울로 가지 않는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도 이날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며 사실상 혁신위 권고안을 거부했다.
또 대표적 친윤계 의원인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부산 사상구) 외곽조직으로 알려진 여원산악회 출범 15주년 행사에 버스 90대가 동원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장 의원이 이를 통해 세 과시를 하며 혁신위 권고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장 의원실은 “행사 참석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은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에 관한 필리버스터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