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찾은 울산항. 바다에 떠 있는 5만t급 화물선에 300t급 배가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고 커다란 호스를 연결하더니 선박용 디젤을 급유했다. 울산항에 정박한 선박의 주유 모습으로, 일순간 울산항 일대에 기름냄새가 났다.
앞으로 디젤을 넣고 빼는 배들의 주유 모습을 울산항 앞바다에선 보기 어려워진다. 개항 60돌을 맞은 울산항이 디젤 같은 화석연료가 아닌 액화천연가스를 보관하면서 공급하는 친환경 부두로 탈바꿈을 시도한다.
울산항만공사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와 SK가스는 합작투자업체 KET를 통해 울산항 부두에 1조6811억원짜리 액화천연가스(LNG) 탱크 건설 사업을 진행 중이다. 4개의 탱크로 LNG 21만5000㎘씩을 저장할 수 있다. 탱크 하나는 지름 90.6m, 높이 54.7m 크기다. 내년 6월이면 2개가 완성되고, 나머지 2개는 2026년에 완공된다. 2027년부터 배에 LNG를 공급하게 된다.
현재 배의 주요 공급원은 선박용 디젤이다. 최근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바다에도 디젤 연료 대신 친환경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배들이 생겨나고 있다.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은 44척이다. 지난해에는 168척이 발주됐다. 울산항의 액화천연가스 탱크 건설은 바다에 부는 친환경 변신에 발맞춰 간다는 것을 공식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울산항이 친환경 연료 항만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건 지난 7월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해운업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을 ‘0’로 만드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7%가량을 차지한다. IMO의 탄소배출 제로(0) 합의에 따라 저공해 에너지인 LNG 벙커링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전체 선박 연료 시장의 2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해운 및 항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 사업으로 꼽힌다. 울산항은 이런 글로벌 경쟁 수요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울산항은 LNG 공급사업에 최적화된 곳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자동차 수출의 요충지이며, 석유화학제품과 다양한 원자재 수입, 수출도 많아 LNG 공급 수요가 많다. 또 컨테이너 물동량 세계 7위인 부산항과 인접해 부산항에 입항하는 컨테이너선에 LNG 연료를 공급하기에도 유리하다. 대형 벌크 화물의 운송수요가 있는 포항과 광양까지 동시에 아우를 강점도 있다는 것이 울산항만공사 측의 설명이다. 울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부산항의 경우 인근에 주택가가 있어 LNG터미널 등을 건설하기 어렵지만, 울산항은 주변에 민가가 없어 쉽게 건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8일 롯데호텔 울산에선 울산항 개항 60주년을 기념한 ‘제7회 항만안전콘퍼런스’가 열렸다. 울산항 관계 기관·업체·단체로 구성된 ‘울산항 해양안전벨트’가 주최하고 울산항만공사가 주관한 올해 콘퍼런스는 ‘울산항 안전 스텝업(Step-Up)!’을 주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