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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과천’ 윤재관 “나의 제1과제는 검찰개혁” [여의도행]

국회의원 보좌직원 19년
文정부 청와대 5년 꼬박
근무하며 실력 갈고닦아
“늘 ‘무엇을’, ‘어떻게’
고민하며 국민 삶 개선하는
정치의 역할 깨닫게 된 24년”
22대 총선(2024년 4월10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국회 입성을 향한 후보들의 치열한 경쟁만큼 그들을 향한 국민의 검증 또한 철저해야 ‘준비된 일꾼’을 가려 뽑을 수 있습니다. 세계일보는 총선에 앞서 현역 의원들에게 과감히 도전장을 낸 원외 인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1980년 5월27일 광주. 이른 더위 속에 솜이불을 둘러쓴 채 오늘 밤도 무사히 넘기길 바라는 부부와 다섯 자녀가 방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총알이 솜이불을 뚫진 못할 것이라고 부부는 생각했다. 평소라면 창문 커튼을 달아야 할 자리에도 솜이불을 걸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집 막내아들은 8살이었다. 밤공기를 가르는 총성이 끊임없이 바깥에서 들려오던 날들을 생각하면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공포감이 생생하다. 자라면서 ‘그때 우린 왜 그런 일을 겪어야 했나’라는 의문과 억울함, 두려움,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의 혼재 속에 답을 찾기 위해 정치학을 공부한 끝에 스스로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어보고자 현실 정치의 한복판에 섰다. 윤재관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그 주인공이다.

 

무급 인턴 비서부터 비서관, 보좌관에 이르기까지 국회의원 보좌직원으로 19년간 눈코 뜰 새 없이 뛰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엔 5년 임기 꼬박 청와대에서 의전행정관, 부대변인,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일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 같이 일하러 들어갔고 임기 마지막 날까지 곁을 지키다가 같이 나왔다.

 

정치인의 참모들은 때로는 공명심에 못 이겨 자신이 더욱 빛나길 원하고, 어떤 이들은 그저 ‘지체 높은’ 기관에 잠시 근무한 이력 한두 줄을 무기 삼아 하던 일을 관두고 선거에 뛰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윤 전 비서관은 달랐다. 그는 “자기가 빛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인간 본성 아닐까 싶다”면서도 “그걸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이 공적 마인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그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경기 의왕·과천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세계일보는 지난 6일 서울 용산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윤재관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지난 6일 서울 용산 세계일보 사옥에서 22대 총선에 도전한 계기 등을 설명하고 있다. 허정호 기자

◆윤재관의 멘토들

 

대학 졸업 후 무작정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일 좀 시켜달라”고 했다. 김 의원이 선뜻 요청을 들어주면서 그의 국회 의원회관 생활이 시작됐다. 윤 전 비서관에게는 국민 삶을 개선하는 도구로서의 정치란 무엇인지를 배운 시기였다.

 

“그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는지를 훈련받았죠. 김민석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질문을 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게 ‘대안’이었어요. 질의서를 준비해 보고하면 ‘문제를 지적한 건 좋아.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돼?’라는 질문을 항상 했어요. 그 덕분에 전 ‘무엇을’, ‘어떻게’를 습관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2004년 당시 초선의 김영주 의원(현 국회부의장)으로부터는 정치에 임하는 진정성과 스스로를 돌아보는 문제의식의 중요성을 배웠다. 어느 날 ‘내가 정치를 시작한 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일을 하기 위해서인데, 성과가 잘 나지 않는다’며 자책하던 김 의원의 모습을 떠올리며 윤 전 비서관은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국민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정치가 본질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던 모습들이 머릿속에 많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한테는 매사에 진심을, 특히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가 무엇인가를 배웠다. 2019년 1월 문 전 대통령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청와대에 초청한 날을 윤 전 비서관은 잊을 수 없다. 그날 문 전 대통령은 엄동설한 속 청와대 현관 밖에서 할머니들을 일일이 맞이했다. 참석자 중 한 명이 20분 지각했지만, 그 사이 잠시나마 실내로 들어오지 않고 현관 밖에서 기다렸다가 맞이했다.

 

“그 20분간 대통령의 뒷모습을 보며 ‘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사람을 대할 때 얼마나 진심을 가져왔나’ 하고 나 자신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됐어요.”

 

◆“정치, 내가 사회에 기여할 도구”

 

멘토들의 가르침은 윤 전 비서관이 일궈낸 각종 성과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의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은 그의 아이디어였다. 우연히 발견한 녹슨 군사분계선 표지판을 지나도록 설치한 도보다리를 남북 정상이 나란히 걸으며 통일에 한 발짝 다가서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문재인정부의 최대 실책 중 하나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 실패 속에 ‘대국민 소통 강화’를 위한 정례 브리핑을 추진하기도 했다. 극도로 화가 난 민심에 기름 붓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브리핑을 하면 할수록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었다. 내부의 반대 의견이 빗발쳤다. 윤 전 비서관 생각은 달랐다.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치겠어요. 저는 정면돌파를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맡긴 일이잖아요. 그런데 왜 피합니까. 피한다고 피해지나요. 도망가려 해도 도망갈 수 없습니다. 국가를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은 그럴 때일수록 국민 앞에 나서야 합니다.”

 

윤재관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지난 8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에 선정된 자신의 저서 ‘나의 청와대 일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윤 전 비서관 제공

◆“尹정부, 소통 변죽만 울려선 안 돼”

 

이런 그이기에 윤석열정부의 소통 방식엔 할 말이 많다. 이태원참사 1주기 추도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윤 전 비서관은 “이게 얼마나 민주공화국답지 않은 정부의 모습이냐”며 “희생당한 분들, 그리고 그 유가족 앞에서 추도사를 해야 했다”고 했다.

 

“국민과의 소통은 변죽만 울려선 안 되죠. 정확하게 해야 합니다.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계획을 말하면 국민이 평가해 주시거든요. 그럴만한 용기가 현 정부엔 없는 겁니다. 국민과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용기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만한 용기와 결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뒤로 숨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탄을 받는 게 아닌가 합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영수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는 점도 도마에 올렸다. 윤 전 비서관은 “상대를 적으로 생각하니까, 무찔러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니 이런 일이 생겼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서로 간의 경쟁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더 성장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상대를 적으로만 생각하네요. 경쟁이냐 적이냐 인식의 차이로 인해 이런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제1 과제는 검찰개혁”

 

윤 전 비서관은 22대 국회에 등원하면 가장 먼저 할 일로 “검찰개혁 관련 입법”을 꼽았다. 그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검찰이 직접수사를 하는 전 세계에 참 보기 드문 나라가 됐습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검찰이 직접수사를 합니다. 왜 다른 나라들은 검찰이 직접수사를 하는 것을 자제하거나 하지 않을까요. 기본적인 견제 기능이 상실되면 국가권력이 남용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민주당 주도의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론의 찬반은 엇갈린다. 윤 전 비서관은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국민을 설득할 필요성에 동의한다. 그는 “검찰이 수사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엔 검찰의 선택적인 수사를 두고 문제의식을 갖는 여론이 압도적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스스로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검찰이 문제를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검찰개혁이라고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설득이 잘 안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검찰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입니다. 검찰이 국정운영의 중심이 되면 국민이 작아집니다. 대한민국을 생각해주실 때입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