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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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승진…오너경영 가속화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가 현대가 3세인 정기선 신임 부회장을 중심으로 오너 경영을 본격화한다.

 

HD현대는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내용의 그룹 사장단 인사를 10일 단행했다. 2021년 10월 사장에 오른 데 이어 2년 1개월 만에 부회장 승진이다.

 

HD현대 주력 사업인 조선 부문을 이끌던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과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은 다음 달까지 활동한 뒤 내년부터 자문역을 맡는다. 두 부회장 용퇴로 HD현대에서의 ‘부회장’ 직책은 정기선 신임 부회장만 갖게 됐다.

권오갑 회장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그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던 HD현대가 정기선 부회장 중심의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다.

 

HD현대는 최대 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2002년 이후 경영에서 손을 뗀 이후 권오갑 회장 등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HD현대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정몽준 이사장이 26.60%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으며, 정기선 부회장(5.26%)은 국민연금공단(7.55%)에 이어 3대 주주다. 정 부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1982년생인 정 부회장은 지난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했다가 미국 유학길에 올랐으며,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졸업 후 글로벌 컨설팅업체에서 2년간 근무했다.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했으며,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글로벌서비스 등에서 선박해양영업, 경영지원 등을 총괄해왔다. 정 부회장은 연세대 졸업 후 국내 한 언론사에서 인턴기자를 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세계 조선 경기 불황에 따른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회사 체질 개선과 위기 극복에 앞장섰고, 일감 확보와 기술 개발에 주력해 왔다고 HD현대는 설명했다.

 

2016년 HD현대글로벌서비스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조선사업 외에도 정유, 건설기계, 전력기기 등 그룹 내 주요 사업의 경쟁력 확보와 수소,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집중해 왔다.

오승현 HD현대인프라코어 대표(왼쪽부터), 강영 HD현대중공업 사장, 노진율 HD현대중공업 대표.

정 부회장은 또 주요 해외 사업을 총괄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양측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기조연설도 할 예정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 흐름 속에서 기존 사업의 지속 성장은 물론 새로운 50년을 위한 그룹의 미래사업 개척과 조직문화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HD현대인프라코어 오승현 대표이사 부사장과 HD현대중공업 강영 부사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강영 신임 사장은 현재 기업결합이 진행 중인 STX중공업의 인수 추진 태스크포스(TF)를 맡을 예정이다.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왼쪽부터), 김완수 HD현대로보틱스 대표, 고영규 HD현대케미칼 대표.

HD한국조선해양 김성준 부사장, HD현대로보틱스 김완수 부사장, HD현대케미칼 고영규 부사장이 각각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HD현대중공업 노진율 사장은 공동대표이사로서 안전 경영 및 동반성장을 담당한다. 이들 내정자는 향후 이사회와 주총을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HD현대는 조만간 후속 임원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HD한국조선해양은 정기선 부회장·김성준 부사장 대표이사 체제로, HD현대중공업은 이상균 사장·노진율 사장 대표이사 체제로 각각 전환된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