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빈대 목격담이 빈번해지고 있지만, 대부분 다른 벌레를 빈대로 오인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방역 조치에 나섰지만 '빈대 포비아(공포증)'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뉴시스와 방역 업계에 따르면 최근 빈대 신고는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대형 방역 업체 관계자는 "빈대 관련 문의가 증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엔데믹 이후 여행객이 증가하며 외국에서 빈대가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빈대를 한번 옮으면 없애기 어렵다는 사실에 불안함을 느낀 시민들은 작은 벌레만 봐도 선(先) 신고를 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빈대 의심 관련 민원 접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전날(9일)까지 총 1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빈대 의심 0.5㎝ 벌레 발견됐다" "시트 위에 3㎜ 정도 벌레가 있다" 등이었지만 모두 빈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물류센터에서 빈대가 나왔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퍼지기도 했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 배송된 보랭 가방에서 빈대가 나왔다는 글이 급속도로 확산하자 해당 업체는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정부도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질병관리청은 빈대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와 방제 전문기관 정보가 추가된 빈대 정보집 개정판을 발간했다. 서울시도 대중교통 시설 방역 강화 관련 특별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빈대 공포를 쉽게 떨치지 못한 시민들은 자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살충제와 침구청소기 등 빈대 퇴치와 관련된 상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은 지난 1~7일 기준 빈대 퇴치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52% 폭증했다고 밝혔다. 11번가도 같은 기간 진드기 제거제 매출은 지난해 대비 559.7%, 침구 청소기 매출은 63.9% 는 것으로 집계했다.
빈대 발생 현황을 알려주는 '빈대보드' 사이트도 등장했다. 빈대 발생 지역별·실시간 현황, 빈대 확인 체크리스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빈대에 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 제공이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봤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떤 현상에 관해서 잘 모르고 통제할 수 없을 때 두려움과 공포가 생긴다"며 "빈대가 언제, 어디서 발견됐고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에 관한 디테일한 정보가 계속 제공되면 불안감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헤어드라이어기를 이용해 빈대를 죽일 수 있다. 단, ‘고온·약풍’으로 맞추는 게 좋다. 강풍으로 열처리를 하면 아직 생존한 빈대나 알 등이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약풍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