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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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태봉토성서 마한 모로비리국 제의(祭儀) 유적 확인

전북 고창군 태봉토성에서 마한시대 모로비리국의 제의(祭儀) 관련 유적이 확인됐다.

 

고창군은 13일 조선문화유산연구원과 함께 2023년 역사문화권 중요유적 발굴 조사 사업 일환으로 진행한 태봉토성 발굴 조사 결과에 대한 학술자문회의를 열고 학계 관계자들과 지역 주민에게 현장을 공개했다.

 

태봉토루 발굴조사 현장 모습. 고창군 제공

발굴 조사 결과 태봉토성은 고수면 예지리와 아산면 중월·봉덕리 일원에 걸쳐 있으며, 일대에 고창 봉덕리 고분군(사적)과 만동유적(도기념물) 등 삼국시대(마한~백제) 유적들이 밀집 분포해 있다. 문헌 등에 따르면 태봉토성은 마한시대 축조한 토성으로 알려져 있는데, 앞서 2019년과 2020년 진행한 지표 조사와 표본·시굴 조사를 통해 당시 지상 건물지, 도랑유구, 토루 등 흔적을 확인했다. 또 마한 모로비리국의 의례와 관련된 환구(環溝), 목책(木柵), 제의(祭儀) 유구 등을 확인했다. 토루는 연질 토기편이 포함된 성토층과 기단석렬, 판축시설, 수구(水口) 등에 비춰볼 때 마한~고려시대 축조된 것으로 발굴조사팀은 판단했다.

 

태봉 정상부에는 큰 나무를 세우고 방울과 북을 매달아 의례 행위를 한 입대목현령고(立大木縣鈴鼓)로 추정되는 다수의 기둥 자리와 함께 주위에 입대목 보호시설로 추정되는 목책열(木柵列)이 자리했다. 기둥 자리 중에는 주위를 살피기 위해 높이 세운 망루로 추정되는 곳도 있다. 도랑 형태의 환구가 정상부를 감싸듯 둘러져 있고 내부에서는 의례용 토기인 두형토기(豆形土器)가 출토됐다.

 

환구는 인근 죽림리와 익산 영등동 등에서도 조사됐는데, 이곳에서는 환구와 목책이 한 공간에서 확인됐다. 마한의 소도(蘇塗)였을 가능성과 함께 마한 민속신앙의 실체를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성과인 셈이다.

 

북쪽 토루 일원에 대한 조사에서는 토성 토층과 그 위로 판축기법과 함께 기단석렬, 판축목주(기둥자리), 수구(水口) 등이 확인돼 삼국(마한)~고려시대에 축조됐을 가능성이 높게 보고 있다.

 

태봉토루 발굴조사 현장 모습. 고창군 제공

토루는 성토층을 반반하게 고른 뒤 후 내·외측에 기단석렬을 만들고 흙을 켜켜이 쌓아 올린 양상 등이 확인돼 마한~고려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기단석렬 밖으로는 판축을 위해 나무 판재를 지지하는 판축목주가 간격을 두고 설치됐다. 수구는 석재를 이용해 축조했는데 토루를 관통했다. 입수구는 석재를 4~5단으로 쌓았고 출수구는 1단으로 쌓은 후 돌뚜껑을 덮어 토성 외부로 흐르도록 했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고창 모로비리국의 실체와 토성 축조 방식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마한 역사·문화를 밝히기 위한 체계적인 조사와 함께 정비·활용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창=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