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기 피해액 30억여원, 11억 건넨 피해자는 극단선택… ‘울산 전청조’ 40대 여성

채널A 사진 공개… 체포 당시에도 새로운 남성과 동거 중
갈취한 돈은 생활비와 사치품으로 다 써버렸다고 진술

 

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의 재혼 상대였다가 각종 사기 혐의로 구속된 전청조(27)씨와 유사한 수법으로 남성 7명에게 30억원 이상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이 구속됐다.

 

채널A는 일명 ‘울산 전청조’로 불리는 40대 여성의 실물 사진과 영상을 12일 공개했다. 앞서 울산 울주경찰서는 지난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40대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A씨가 피해 남성과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찍혔다. 또 다른 사진 속 A씨는 바다를 배경으로 명품 가방을 멘 채 피해 남성과 얼굴을 맞대고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A씨는 지난 9일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A씨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만난 남성 7명을 속여 3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그는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무직 상태였음에도 소개팅 앱 상에선 예술가, 갤러리 관장 등 부유층인 것처럼 행세해 교제하는 남성들로부터 사업자금 등 명목으로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10억원 넘게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3∼5명의 남성들과 동시에 교제하면서 새롭게 만난 남성에게서 받아낸 돈으로 앞선 피해자들 돈을 일부 갚는 ‘돌려막기’ 수법으로 범행을 수년간 이어왔다.

 

특히 그는 심부름센터를 통해 변호사 대행을 할 사람을 고용한 뒤 자신의 부모가 피해 남성에게 거액의 유산을 남겼다고 속이는 방식으로 남성의 부모를 찾아가 5억여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또한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친정 엄마, 친구 등을 사칭하는 수법도 썼다.

 

피해자들 중 11억원을 피해 본 50대 남성 B씨는 A씨와 2년 넘게 교제하며 재혼을 꿈꿨지만 연락이 두절되자 결국 지난 6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기업에 재직 중이었다는 이 남성은 A씨의 요구에 퇴직금에 빚까지 져가며 11억원을 건넸다. 피해자는 이후 불어난 빚으로 큰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아들은 이 매체에 “(피해) 금액적인 것도 너무 컸다. 퇴직금에 빚까지 져서 그 여자를 도와줬기 때문에. 후반에는 (A씨가) 거의 답장도 없다시피 했다. 그 여자가 되게 공포심을 줬다”고 말했다.

 

한 피해 남성의 신고로 인천에서 붙잡혔을 당시 A씨는 새로운 남성과 동거 중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지만, 30억원대 돈은 생활비와 사치품을 사는 데 다 써버려 돌려줄 돈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난 이성을 상대로 이뤄지는 각종 사기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앱을 통한 교제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