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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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알레르기 생긴 남편, 약으로 버티라는 게 잘못인가요?”

고양이 알레르기가 생긴 남편에게 수년째 알레르기 약을 먹이며 생활하고 있다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지난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 년째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부부의 고충을 담은 글이 올라왔다. 

 

글을 작성한 주부 A씨는 “결혼하고 처음 1년 반 정도는 아무 증상이 없었는데 (남편이) 한참 회사에서 바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두드러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고양이 알레르기만 수치가 높게 나왔다”며 “없던 알레르기가 갑자기 생긴 것이라 일이 편해지면 좋아지겠다고 생각했는데 1년 반째 약을 계속 먹어도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남편의 알레르기 판정 고양이의 거취를 두고 싸우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A씨는 “저는 고양이를 다른 곳으로는 못 보낸다는 입장”이라며 “남편은 ‘사람보다 고양이가 우선이냐’며 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남편도 고양이가 귀엽고 예뻐서 보내기는 싫지만 눈까지 알레르기가 올라오니 짜증이 안 나겠냐고 한다. 사람이 먼저가 아니냐고 한다”며 “맞는 말인 걸 알고 충분히 화가 나는 것을 이해한다. 너무 미안하지만 가족처럼, 자식처럼 지낸 이 아이를 갑자기 어디로 보낼지 모르겠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부부의 고양이는 주변 지인이나 가족 가운데 고양이를 맡아줄 사람도 없을뿐더러 나이도 7살로 적지 않은 편이라고. 그러는 사이 남편의 남편의 알레르기 증상은 더 악화됐다고 한다. 

 

A씨는 “환기, 청소, 잠자는 것까지 따로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두드러기 올라오는 주기가 더 짧아졌다”며 “알레르기 약을 오래 먹으면 안 좋다며 남편은 약을 먹을 때마다 스트레스 받아한다”고 전했다.

 

A씨는 알레르기 약을 먹고 있음에도 남편 증상에 차도가 없자 면역치료를 받아보자고 제안했지만 비용 문제로 남편에게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얼마 전 대학병원 건강검진에서는 의사로부터 “고양이를 왜 키우냐, 빨리 내보내라”는 진단을 들었지만 쉽사리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신랑이나 남들에겐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고 이걸 충분히 알고 있다”며 “다른 건 양보하고 환경 개선이든 뭐든 노력하겠지만 고양이를 이대로는 못 보내겠다. 자식이라 생각하고 키우는 아이다. 남편 알레르기는 완치가 어렵겠느냐”며 조언을 구했다. 

 

사연을 접한 대다수 네티즌은 ‘사람이 먼저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중 한 네티즌은 “힘들게 밖에서 일하는 남편이 안에서도 고양이 때문에 힘들어야겠나”고 적었다. 다른 네티즌은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 아는 지인이나 친구에게 입양시키는 방법을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댓글을 달았다. 

 

일각에선 A씨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차라리 치료를 더 권해보라, 고양이를 내치면 그 아이는 엄마를 잃는 것’ ‘왜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하느냐. 나에게는 고양이가 먼저이고 이건 사람마다 다른 문제’ ‘그렇다고 길에다가 본인 자식을 내다 버릴 수는 없지 않느냐’ 등 댓글도 다수 달렸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