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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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공급 끊긴 가자지구, 구호물품도 못 나를 판… 유엔 “하역장비 연료 떨어져”

이탈리아가 보낸 인도적 지원 물품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도착했으나 가자지구는 물품을 하역할 장비조차 연료 부족으로 가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유엔이 전했다.

 

이탈리아 뉴스통신사 라프레세는 14일(현지시간)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외무부 청사인 로마 파르네시나궁에서 열린 ‘이탈리아-미국: 생명 공학에 관한 국제협력’ 회의에 참석해 “C130 군용기 2대에 실어 보낸 16t 규모 인도적 지원 물품이 며칠을 기다린 끝에 현재 가자지구에 들어가고 있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1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쪽 라파에서 주민들이 줄 서서 음식을 배급받고 있다. 라파=AP연합뉴스

타야니 외무장관은 이날 이집트 국경 라파 검문소를 통해 지원품을 전달했다며 “우리는 이스라엘에 인도주의적 통로를 허용할 것을 설득했으며,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9일에는 ‘바다 위의 종합병원’이라 불리는 해군 병원선을 가자지구 해안에 파견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가자지구를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타야니 외무장관은 “우리는 가자지구에 야전병원도 설립할 준비가 돼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승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자지구에서는 연료 부족 사태로 민간인에게 구호물품을 제공할 장비도 움직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같은 날 현황 보고서를 통해 “전날까지 구호물품을 실은 트럭 총 1096대가 가자지구로 들어갔지만 추가 연료 반입이 없으면 이런 활동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부터 국제기구와 구호단체 등이 자체 예산과 각국 후원으로 마련한 구호품을 라파 검문소를 통해 가자지구로 반입하고 있다. 하루에 반입된 구호품 트럭은 45∼46대꼴이다.

 

문제는 가자지구에 반입된 트럭에서 구호품을 내린 뒤 이를 배분해 피란민 보호시설 등지로 옮겨야 하는데 하역 장비와 운송 차량에 쓸 연료가 바닥난 상황이다. OCHA는 “이날(14일) 중으로 하역 장비와 트럭에 들어갈 연료는 고갈되며 연료 공급이 더 없으면 라파 검문소를 통한 인도주의적 활동 역시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로부터 공습을 받은 지난달 7일 이후로 가자지구를 봉쇄했고, 연료 및 전력 공급도 끊겼다. 이스라엘은 식량과 물, 의료용품 등의 구호품을 가자지구로 이송하는 것을 허용했지만 연료 반입은 계속해서 금지하고 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