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겨울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습을 다시 강화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사이 전쟁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려 지원이 줄어든 틈을 타 대대적인 군사적 움직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올렉산드르 프로쿠진 헤르손 주지사는 14일(현지시간) 텔레그램 공지를 통해 “전날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적군은 박격포와 탱크, 무인기(드론), 항공기 등을 통해 618발의 포탄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남부전선의 요충지인 헤르손시에만 69발의 포탄이 떨어져 3명이 숨지고 어린이 1명을 포함한 15명이 다쳤다.
프로쿠진 주지사는 “러시아군은 인구가 밀집된 주거지역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병원과 학교, 행정기관 등이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 11일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약 두 달 만에 공습하기도 했다. 지난 1일에는 10개 지역 118개 마을을 포격했다.
AFP 통신은 “러시아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추운 겨울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타격하는 공격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2일 화상 연설에서 “우리는 적들이 기반시설에 대한 무인기나 미사일 공격 횟수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 대비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에서는 방어와 테러 대응,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우리 군인들의 능력을 키우는 데에 모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공습 강화에도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탄약 100만발 지원 계획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7개 회원국 국방장관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약속 기한인) 내년 3월까지 100만발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U의 탄약 약속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은 계속 나왔지만, EU 외교수장 격인 그가 직접 이를 인정한 건 사실상 처음이다.
회의장에서는 100만발 지원 목표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처음 논의 당시) 100만발이 말은 쉽고 자금 조달도 가능하겠지만, 생산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있었다”면서 “애초 100만발이 실현할 수 있는 목표였는지가 더 적절한 질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EU가 약속한 155㎜ 포탄은 전선에서 매일 6000∼7000발이 사용될 정도로 전략적으로도 가장 중요하다. EU가 약속한 대로 100만발이 내년 3월까지 지원될 경우 최소 반년간은 우크라이나가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EU도 앞서 이런 분석을 종합해 지난 3월 재고 전달, 공동구매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 100만발을 내년 3월까지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합의 이후 8개월간 실제로 전달된 물량은 약 30만발에 그치고 있고, 약속 기한은 4개월 남짓 남았다.
각 국은 이날도 탄약 등 우크라이나 지속 지원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회의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방산업계가 공동구매보다 수익성이 좋은 제3국과 계약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보렐 고위대표도 “유럽 방산업계가 생산하는 양의 약 40%가 제3국으로 수출되고 있다”면서 “따라서 해당 물량을 우선 순위인, 우크라이나 지원 물량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