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이 가는 손길마다 정답이 되게 하소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하루 앞둔 15일 전국 시험장에서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예비소집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태장고등학교 별관 앞에는 다소 상기된 얼굴의 응시생들이 길 줄을 이뤘다.
수험생들은 수험표와 시험 당일 유의 사항이 적힌 안내문을 받고는 차분하게 학교를 빠져나갔다.
고사장 배치도를 눈으로 확인하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시험을 치를 자리를 미리 머릿속에 정리하는 수험생들도 눈에 띄었다.
한 재수생은 "갑자기 목이 조금 아파서 당황스럽지만, 그동안 열심히 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태장고 재학생들은 교실에서 수험표를 전달받았다.
3학년 7반 담임교사는 '애정 어린 담임의 마지막 잔소리'라고 적힌 종이를 제자들에게 하나씩 더 건넸다.
'잠들기 전 마인드컨트롤! 다 잘될 거야 주문 외우기', '당일 아침은 평소 먹던 대로, 소화가 잘되는 음식으로 꼭 챙겨 먹기', '가채점 결과 점수가 좀 낮다고 해도 수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 수고한 자신에게 격려해줄 것'이라고 적힌 종이에는 제자를 향한 애틋함이 뚝뚝 묻어났다.
비슷한 시각 의정부여자고등학교 교실에서도 선생님의 애정 어린 조언이 이어졌다.
교사들은 수험표를 나눠주며 "오전 7시 50분까지 꼭 가야 해", "고사장에 가도 다 선생님들이니 모르는 거 있으면 꼭 물어봐"라고 마지막 당부를 함께 전했다.
이하윤(18) 양은 "많이 떨리지만, 3년간 열심히 준비했기에 평소보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음식을 가려먹고 보충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중단됐던 수험생 응원 행사도 다시 열렸다.
충북 청주 오송고 1∼2학년 학생 400여명은 강당 앞에서 예비소집을 마친 선배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화이팅', '힘내라' 등 구호를 외쳤다.
부산 해운대 신도고와 경남 마산제일여고도 마찬가지로 출정식을 열고 후배와 교직원이 박수와 구호로 수험생을 응원했다.
광주 남구 설월여고에서는 수험생들이 교내에 설치된 '수능 대박종'을 치며 합격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후배들은 레드카펫을 밟으며 학교를 나서는 수험생을 향해 오색 풍선과 '정답만 보이네', '수능은 망칠 수 없다'는 글이 적힌 피켓을 흔들었다.
강원 춘천 봉의고에서는 담임 교사가 수험생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며 긴장을 떨치고 시험을 잘 치르기를 기원했다.
제주중앙여고 주변에는 '펜이 가는 손길마다 정답이 되게 하소서', '여러분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등 수험생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울산시 중구 중앙여고에서 선배들을 응원한 2학년 정민주(17) 양은 "선배님들, 3년 동안 너무 고생하셨고 수능 잘 쳐서 원하는 대학에 다 붙으시길 바란다"면서 '수능 화이팅'을 힘껏 외쳤다.
대구 사대부고 3학년 부장 정성훈(46) 교사는 "수험생들이 그동안 잘 준비했던 것들을 다 풀어내고 아쉬움 없이 시험을 치렀으면 좋겠다"며 "고등학교 생활에 유종의 미를 잘 거두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16일 50만4천588명의 수험생이 치르는 올해 수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확진자와 다른 수험생이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본다. 정부가 여러 차례 강조한 대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없이 최상위권 변별을 위한 적정 난도의 문항이 출제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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