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시 대모산성에서 궁예(?∼918)가 세운 나라인 ‘태봉’의 연호가 적힌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이 출토됐다. 국내에 남아 있는 목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태봉과 관련된 유물이 처음 확인된 데다가 각 면에 쓰인 글자도 120여 자에 달해 연구 가치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학계에 따르면, 양주시와 기호문화재연구원은 최근 양주 대모산성 동쪽 성벽 구간 일대를 조사한 결과 물을 모으기 위해 만든 집수 시설에서 목간 1점을 발견했다. 목간은 길이가 약 30㎝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목간은 나무를 8각으로 다듬어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8면 가운데 총 6면에 한 줄씩 글이 적혀 있다. 남은 2면 중 1면은 비어 있었고, 다른 1면에는 얼굴을 그린 듯한 형체와 글씨가 있다.
발굴 조사단은 목간 형태뿐 아니라 그 안에 적힌 내용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글자가 남아있는 한 면을 해독한 결과 ‘정개 3년 병자 4월9일(政開三年丙子四月九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목간에 언급된 ‘정개’는 태봉국에서 914년부터 918년까지 약 5년간 쓴 연호를 뜻한다. 즉 정개 3년은 916년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태봉과 관련한 목간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날짜가 적힌 나무 면에는 ‘성(城)’, ‘대정(大井)’, ‘대룡(大龍)’이라는 글자도 확인됐는데 ‘성의 큰 우물에서 큰 용을 위한’ 행위가 있었고 이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조사단 측은 목간이 실용적 목적보다는 의례와 관련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발견 당시 목간은 나무로 만든 배 모양의 조각과 함께 집수시설에서 출토됐다.
발굴 조사를 담당한 양주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 발견돼) 알려진 목간은 납작한 형태가 대부분인데, 이처럼 다각면 형태의 목간은 그 수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8면에 쓰인 글자를 합치면 120여 자”라며 “연대가 확실하고 지금까지 나온 목간 가운데 가장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