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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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지명수배에도 재판관 소명 다할 것”

호프만스키 ICC소장, 아·태 세미나서 기자간담회

“팔 영토 밖 전쟁범죄도 조사 가능
가석방 없는 종신형, 고문일수도”

피오트르 호프만스키(사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이 러시아가 자신을 비롯한 ICC재판관들을 지명수배한 것에 대해 “재판관으로서 국가의 위협이나 불법행위에 대해 맡은 바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프만스키 소장은 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이뤄진 기자 간담회에서 지명수배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러시아의 지명수배는) 정치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는 ICC가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어린이 납치’ 혐의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호프만스키 소장 등을 지명수배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14일 ‘ICC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위급 세미나’ 참석차 방한했다. 호프만스키 소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어떻게 균형 있게 다룰 것인지를 묻는 말에는 “ICC는 국가 간 분쟁이나 단체 간 분쟁을 관할할 수 없고 개인의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만 관할권을 갖는다”면서 “ICC가 관할권을 갖고 개입하는 상황은 팔레스타인 국민과 영토에 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ICC는 당사국 지위를 가진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서 벌어진 전쟁범죄는 물론 팔레스타인 주민이 이스라엘과 같은 비당사국에서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가석방 없는 무기형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형량을 줄일 가능성이 없는 종신형은 일종의 고문으로 여겨질 수 있다”며 “형을 선고하는 동안에도 희망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특정한 시각이 옳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아시아 지역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공통적인 의견이 수렴되진 않았기 때문에 각 국가별로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사형제 존속에 대해서는 “유럽에서는 사형이 금지되고 있고 ICC에도 사형제가 없지만, ICC가 가입 당사국에 사형을 금지하라고 할 권한은 없다”고 했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