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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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돈 뜯어 베팅… 사이버도박 빠진 10대

국수본, 2개월간 특별단속 실시

검거된 353명 중 39명 청소년
도박 금액 대부분 50만원 미만
불법 웹툰·OTT 사이트서 유인
68% “친구·지인이 알려줘” 응답
대검 “도박 총책 구속수사 원칙”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군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6000만원 상당의 도박을 하다 최근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해외야구, 축구 등 스포츠 경기 승패에 베팅하는 사이버 도박에 몰두한 A군은 용돈과 식당 아르바이트로 받은 월 60만∼70만원을 모두 모아 도박에 쏟아부었다. 그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기도 했다. 지난달 초 소년법원에 송치된 A군은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도 회부된 상태다.

 

사이버 도박에 가담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경찰청은 올해 처음으로 ‘청소년 대상 사이버 도박 특별단속’을 실시했다. 전국 시도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불법 웹툰·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청소년 유인 요소를 이용한 도박사이트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단속했다.

사진=뉴시스

1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9월25일부터 11월10일까지 벌어진 특별단속에서 검거된 353명(구속 8명) 중 청소년은 39명이었다. 대부분 도박 금액 50만원 미만이라 수사 종료된 청소년에 대해서는 즉결심판을 청구하고 전문 상담기관에 연계했다.

 

특별단속을 통해 파악한 실태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도박에 유인되는 경로는 친구·지인이 알려준 경우(67.6%)가 대부분이었고 온라인상 도박광고(18.9%), 금전적 욕심이나 호기심(13.5%) 등이 뒤를 이었다. 주로 하는 도박 유형은 바카라 등 불법 카지노(62.2%)가 가장 많았으며 스포츠도박(21.6%), 캐주얼게임(13.5%), 슬롯게임(2.7%) 순으로 조사됐다. 도박에 사용하는 평균 금액은 약 125만원, 최고액은 3227만원이다.

 

이날 대검찰청은 청소년 온라인 불법도박 범죄에 엄정 대응할 것을 전날 일선 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청소년에게 인터넷 도박 게임을 제공한 이들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한편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도록 했다. 청소년이 주 이용자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이에 가담한 경우, 청소년을 도박 사이트 회원으로 모집한 총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서는 도박개장 혐의 외에도 조세포탈 및 범죄단체조직 혐의까지 의율할 것을 주문했다.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될 경우 포탈세액이 10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 선고가 가능하다.

경찰이 올해 적발한 전체 사이버 도박 사범은 3000명을 훌쩍 넘는다. 국수본은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벌인 사이버 도박 집중 단속으로 3155명을 검거하고 이 중 12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거된 이들 중 도박행위자 및 수요자는 2679명(85%)이고 도박사이트 제작·운영·광고행위 등 공급자는 476명(15%)이다.

 

범죄 유형별로는 파워볼게임, 캐주얼게임, 사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한 주식·외환·선물상품 베팅 등이 42.1%로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불법 스포츠토토(34.6%), 불법 경마·경륜·경정(12.0%), 불법 카지노(11.3%) 순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범죄수익 305억7000만원을 현장에서 압수하거나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조치했다. 도박에 이용된 계좌들은 부당수익에 세금 추징이 가능하도록 국세청에 통보했다.


정지혜·백준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