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1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휘 본부로 지목한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 전격 진입했다. 의료시설 공격에 따른 민간인 피해 우려를 무릅쓰고 단행한 이번 작전은 하마스 전면 해체를 내건 이스라엘의 지상전 결과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알시파 병원 내 특정 지역에서 하마스를 상대로 정밀 표적 작전을 진행 중”이라며 “병원 내 모든 하마스 요원은 투항하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 과정에서 최소 5명의 테러범을 사살하고 폭발물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마스에 붙잡혀온 인질들이 이 병원에 갇혀있음을 나타내는 징후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최근 수 주간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을 군사적으로 이용할 경우 국제법에 따라 보호받는 병원의 지위가 위험해진다고 거듭 경고했다”며 “전날 가자 당국에 병원 내 모든 군사적 활동을 12시간 내 중단하도록 재차 통보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병원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한 듯 “민간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특정 훈련을 받은 의료진과 아랍어를 구사하는 병력과 동행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 직전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이 몇 분 내로 알시파 병원을 급습하겠다는 통보를 보내 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을 비롯한 가자지구 의료시설에 지하 벙커와 지휘시설을 짓고, 공격을 피하기 위해 환자와 의료진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전날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이슬라믹지하드(PIJ) 조직원들이 알시파 병원에서 지휘통제본부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며 이스라엘군의 주장을 인정하는 발표를 했다.
하마스와 가자지구 보건부는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이라고 반박했다.
하마스는 전날 미국이 알시파 병원을 하마스 기지로 지목하자 “(이스라엘군이) 병원을 겨냥한 학살을 더 저지를 수 있게 하는 청신호”라며 “점령군(이스라엘)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알시파 병원 공격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알시파 병원 내 얼마나 많은 인원이 머물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알시파 병원 의사 아메드 모할랄라티는 이날 병원 내에 중증 환자 100명을 포함한 환자 650명, 의료진 700여명, 피란민 2000∼3000명이 남아 있다고 아랍계 통신매체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말했다. 전날 다른 의사는 병원에 약 1만5000명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병원 공격과 맞물려 전쟁 개시 이후 처음으로 가자지구 내 연료 반입을 허용했다. AFP통신은 이집트 국영 알카히라뉴스를 인용해 이날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국경 검문소를 연료 트럭이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디젤 연료 2만4000ℓ 반입을 승인했으며, 이는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제공된 연료를 탈취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까지 식량·의료품 등의 운송만 허용해 왔다. 가자지구 병원 30곳 중 29곳이 연료 부족, 폭격 등으로 기능을 상실한 데다 전날 유엔 구호기구가 연료 고갈로 활동 중단을 예고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로이터는 구호기구 소식통을 인용해 새로 반입되는 연료는 병원이 아닌 유엔 트럭에만 제공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