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인요한 ‘용산 메시지’ 압박에… 친윤 “원론적 얘기” 의미 축소

與 혁신위·지도부 대립 양상

험지 출마 쇄신안 반발 기류 확산
尹, 윤핵관 세력과 거리두기 관측

이준석 “1∼2주 내 金대표 쫓겨나”
‘한동훈 비대위’ 전환 가능성 주장

金대표, 인재 영입으로 반전 모색
“혁신위 희생 요구 호응” 목소리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거듭되는 ‘불출마 압박’에 김기현 대표가 “리더십을 흔들지 말라”는 취지로 경고하자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번에는 ‘윤석열 카드’를 빼 들었다. 대통령실과의 소통이 있었다며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핵심에 고강도 압박을 가한 것이다.

친윤 의원들은 이에 “대통령실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라며 의미 축소에 나섰다. 인 위원장이 메시지의 정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은 데 대한 의구심도 있다. 그러나 여권에 인 위원장이 윤심(尹心,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업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용퇴로 총선 승리의 단초를 마련하려는 대통령실과 친윤 세력 간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거침없는 印… 불편한 金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왼쪽 사진)이 15일 윤석열 대통령 측으로부터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소신껏 맡아서 임무를 끝까지,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를 받았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기현 대표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이제원 선임기자

◆인요한 ‘윤심’ 주장에 친윤 반발

인 위원장이 15일 “소신껏 맡은 임무를 거침없이 하라”는 윤 대통령 측 전언이 있었다고 주장하자 당내 친윤계는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와 장제원 의원 등을 향한 혁신위의 용퇴 압박이 윤심이라고 해석되면서 윤 대통령이 친윤 핵심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추측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친윤 의원은 통화에서 인 위원장이 받았다는 메시지와 관련해 “저는 다양하고 참신한 의견을 제시하라는 정도의 메시지라고 이해했다”며 “혁신위가 권고했다고 불출마하라는 것은 월권”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 등이) 응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당내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른 친윤 의원도 “당권은 당대표에게 있는데 대통령을 언급한다고 해서 권한을 갖는 게 아니다”며 “혁신위 제안을 현실적이고 적정하게 당에 녹여내는 건 대표”라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대통령을 거론했으면 메신저도 거론해야 할 것 아니냐”며 인 위원장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인 위원장의 ‘윤심’ 발언은 혁신위와 지도부·친윤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는 와중에 나왔다. 전날 혁신위 회의에선 김 대표가 ‘당 리더십을 흔들지 마라’고 경고한 데 대해 “혁신위를 흔들지 말라”는 성명서를 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은 전날 장 의원을 사실상 직격하며 결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SNS 갈무리

◆궁지 몰린 ‘김장연대’… 비대위설

당 비주류를 중심으로 이를 윤 대통령이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 등 윤핵관 세력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윤핵관들이 내부 권력 다툼 속에 분화한 와중에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패배 이후 대통령실의 분위기 또한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BBS 라디오에서 “윤핵관들로 지목된 사람들의 상호 간의 비위가 조금씩 폭로되고 있다”며 “인 위원장을 실질적으로 대통령이 서포트하는 상황이라면 아마 윤핵관이 저항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주 시한 내에 김 대표는 쫓겨난다고 본다”며 ‘한동훈 비대위’ 가능성을 주장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대통령실이 윤핵관과 선을 긋는 분위기”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혁신위 조기 해산 가능성이 언급되자 비대위 전환 가능성을 내다보는 기류가 커지는 분위기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그것(혁신위 조기 해산)밖에 없지 않나”라며 ‘조기 해산설’을 재점화했다.

한 혁신위원은 통화에서 “김 대표 입장에서는 혁신위가 자발적으로 임기 종료하면 대표직 내려놓고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 임명권이 김 대표에게 있는 만큼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하기 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류서도 “혁신위에 호응해야”

김 대표는 자신의 관할 기구인 총선기획단·인재영입위원회를 통해 총선 지휘 역량을 보이겠다는 분위기다. 이를 통해 용퇴 압박을 돌파하고 혁신위 임기 종료 후인 연말이나 내년 초쯤 불출마 선언 등 거취 표명을 할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달 중 인재 영입이 있을 것이고 ‘김포 서울 편입’ 2탄 정책도 나올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달 말, 다음 달 초쯤 당무 감사에 따른 공천 컷오프가 시작되면 혁신위는 자연스럽게 힘이 빠질 것”이라고 했다.

한 친윤 의원도 “수도권 위기론을 돌파하려면 새로운 인재를 많이 모셔와야 해 인재영입위원회의 역할이 막중하다”며 힘을 실었다. 이날 김재원 전 최고위원 사퇴에 따른 보궐 선거 후보로 대구·경북(TK) 재선 김석기 의원만 등록한 것을 두고 김 대표가 체제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당 주류 내에서도 김 대표와 친윤 핵심 의원들이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호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일종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당을 혁신하고 22대 총선에서 이겨야겠다는 많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왜 모르시겠나”라며 장 의원을 향해선 “SNS에 (세 과시를 하는 글을) 올리는 것은 조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론을 이길 수 있는 정치인은 없는데 현재 여론은 혁신위 활동에 호의적인 것 같다”며 “다음 달 초쯤에는 (친윤·중진에서) 뭐든 나오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병관·곽은산·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