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세종시, 버스 무료화 대신 정액권 도입

市 ‘이응패스’ 2024년 9월 시행

月 2만원에 시내버스·공영자전거 이용
5만원 한도 內 혜택… 취약층은 무료

최민호 시장 재정 부담 우려되자 폐기
“예산 효과 고려… 공약 미이행엔 송구”

세종시가 최민호 시장의 대표 공약이었던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 정책을 폐기한다. 대신 월 2만원 정액권으로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세종 이응패스’를 내년 9월부터 도입키로 했다.

최 시장은 15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에 투입될 예산 규모와 효과에 대한 신중한 비교검토 끝에 세종 이응패스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며 “처음 공약한 대로 버스요금 무료화를 실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송구하다”고 밝혔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 정책 대신 월 2만원 정액권인 ‘이응패스’ 도입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시 제공

세종시는 민선 8기 들어 고질적인 교통문제 해소책으로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세종시 버스 이용률은 7.9%로 전국 최저 수준인 반면 승용차 이용률은 50%에 육박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최 시장은 올해 4월 시내버스 요금을 시민이 지불하면 지역화폐인 ‘여민전’으로 전액 환급하는 내용의 버스요금 무료화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내년 9월 출·퇴근 시 시범 사업 후 2025년부터 전격 시행 예정이었다.

그러나 재정 부담 우려를 비롯, 버스 요금 무료화 실효성 의문에 수혜성 복지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버스요금 무료화 정책에 앞서 시내버스 배차 간격 단축, 노선 확장 등 대중교통 이용 생태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월 정액권 도입 시 버스요금 전면 무료화에 비해 예산부담은 4분의 1로 줄어든다고 시는 분석했다. 전면 무료화 추진 시 연 253억원이 투입돼야하나 세종 이응패스 도입 시 연 60억원으로 추산된다.

세종 이응패스는 시내버스와 어울링(공영자전거) 등 지역 대중교통을 월 2만원에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단순한 정액권이 아닌 정기권과 정액권의 특성을 하나의 카드에 모두 넣은 새로운 개념의 월 정액권이다. 실제 버스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세종시민 15만명의 버스비 지출은 월평균 1만2000원으로 대다수 시민은 월 2만원 미만으로 버스비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민의 소비 특성을 고려해 일반시민은 이응패스를 2만원, 청소년과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무료로 구매할 수 있으며, 월 5만원 한도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매월 5만원 이하의 ‘미사용 금액’은 자동 소멸하도록 설계해 시민 입장에서는 버스를 더 많이 타면 탈수록 이득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무제한 정기권과는 달리 세종시에 운행하는 모든 버스, 즉 대전·청주·공주 등으로 운행하는 관외 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셔클과 두루타 등 세종시의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수요응답형 버스’도 이응패스로 탈 수 있다.

이응패스 도입과 함께 시 출범 12년 만에 교통정책도 전면 개편한다. 현재 58개 버스노선을 70개까지 늘리는 한편 출·퇴근 시간 배차시간을 10분 이내로 단축하고 대전·청주·공주 등 세종시 생활권의 통합 환승할인 체계를 구축한다. 시 공영자전거인 어울링 이용 편의 증진을 위해 2030년까지 자전거 6000대 확보와 대여소 800곳 확충도 추진한다.

최 시장은 “세종시가 대중교통 중심의 환상형 도시로 설계된 만큼 이응패스 도입을 계기로 대중교통 모범도시로 발돋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