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상대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나치와 유사한 언어를 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바이든은 1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그러나 젠장, 그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먼저 문제 삼은 것은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을 묘사하면서 쓴 ‘사회의 해충(vermin)’ 발언. 트럼프는 지난 주말 뉴햄프셔 연설에서 “우리는 우리나라 안에서 해충처럼 살아가는 공산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 파시스트, 급진 좌파 깡패들을 뿌리 뽑을 것”이라며 “진짜 위협은 급진 우파로부터 오는 게 아니다. 진정한 위협은 급진 좌파로부터 오며, 그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바이든은 이에 대해 “1930년대 나치 독일에서 들리던 언어”라고 꼬집었다.
바이든은 이어 미등록 이민자에 대해 “우리나라의 혈통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한 트럼프 발언에 대해서도 “다시 말하지만, 나치 독일에서 사용된 것과 동일한 문구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현지 극우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이민자)이 어디에서 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테러리스트들이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혈통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바이든은 또 트럼프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남편 폴 펠로시를 언어적으로 공격한 데 대해서도 비난했다. 그는 “최근 (트럼프는) 행사장에 나올 때마다 한 번 이상씩 (둔기 공격을 당한) 낸시 펠로시의 남편에 대해 농담을 했다”며 “미국에는 정치적 폭력을 위한 자리가 없다”고 했다. 폴 펠로시는 지난해 10월 샌프란시스코 자택에서 낸시 펠로시 의장을 노린 40대 남성의 공격을 받아 두개골과 손 등에 골절상을 입고 긴급 수술을 받았다. 최근에는 연방법원에 출석해 당시 상황에 대해 처음으로 공개 증언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그러면서 일주일 전 오하이오주 주민투표, 켄터키주 주지사 선거, 버지니아주 주의회 선거 결과를 언급하며 “조(바이든)에게 꽤 좋은 날이었다”고 했다. 오하이오에서는 낙태권을 보장하는 주헌법 개정안이 가결됐고,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상원 장악을 유지하면서 하원 다수당 지위를 공화당으로부터 탈환했다. 켄터키는 공화당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민주당 소속 현역 주지사가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바이든은 “이번 선거에서 일어난 일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민주당)가 전멸할 것으로 예상됐던 2022년(중간선거 때)에도 그랬다”고 했다. 2022년 중간선거 당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켜내고 하원 선거에서도 선전해 공화당에 근소한 차이로 다수당 지위를 넘겨준 점을 언급한 것이다.
바이든은 이어 “우리는 선거에서 계속해서 승리하고 있고, 트럼프는 계속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나치를 연상케 하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선거캠프 측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선거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그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트럼프 착란 증후군’을 앓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오면 자신들의 슬프고 비참한 존재가 짓밟힐 것이므로 무엇이든 움켜쥔 ‘눈송이(snowflake)’와 같다”고 밝혔다. 눈송이는 쉽게 자극받거나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