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교생 중 처음으로 ‘유럽리그에 직행하는 배구 선수’ 이우진(18·경북체고).
이우진은 15일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 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김연경 선배님께 정말 감사하다. 꼭 훌륭한 선수가 되어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김연경 선배를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늘 존경하고 있었다”며 “이번에 도움을 크게 받았다. 내가 한국 배구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성장하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 선수인 김연경 선배를 닮고 싶다”고 밝혔다.
이우진은 지난 8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19세 이하 세계배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청소년 대표팀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전했다. 당시 대회에서 한국은 30년 만에 3위에 올랐고, 이우진은 ‘베스트7’에 선정됐다.
그의 경기를 본 이탈리아 에이전트는 “이탈리아리그 몬차 구단에서 뛰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이에 청소년대표팀 통역사가 이우진과 이탈리아 에이전트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도왔다. 다만, 통역사도 스포츠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가교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
이우진의 부모는 어디에 도움을 구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우진의 어머니 이미옥씨는 여자배구 최정상급 리그 튀르키예에서 오래 뛴 김연경을 떠올렸고, 청소년대표팀 코치에게 “김연경이 조언을 해주실 수 있는가”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미옥씨는 “연락을 취하면서도 김연경 선수는 현역이고, 자기 일만으로 바쁘다는 걸 알기에 답을 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냥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코치에게 ‘김연경 선수께 조언을 구할 수 있을까’라고 부탁했던 것뿐이다”라고 회상했다.
김연경은 곧바로 응답했다. 자신의 에이전트 임근혁 IM 컨설팅 대표를 이우진의 부모에게 연결해 이우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했다.
임 대표는 유럽리그 등 국외리그 사정에 밝았는데 당시 이우진에게 접촉해 온 이탈리아 에이전트와의 교류는 처음이었기에 일단 신원 확인에 나섰다. 신원확인이 된 다음에는 해당 이탈리아 에이전트와 연락을 취하면서 그쪽에서 제시한 조건을 이우진과 부모에게 상세히 전달했다.
도움이 고마웠던 이미옥씨는 ‘에이전트 수수료’ 일부라도 보상하려 했다. 그러나 임 대표는 “한국 배구 유망주가 새로운 무대에서 뛸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정중히 사양했다.
이미옥씨는 “우리 가족에게 임 대표와 김연경 선수는 정말 은인인데 아주 작은 선물도 받지 않으신다”며 “아들 우진이가 혼자 힘으로 이탈리아에 진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진이가 임 대표님과 김연경 선수에게 보답할 수 있는 좋은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15일 이우진은 이탈리아 1부리그 베로 발리 몬차 구단 입단을 위해 비행기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