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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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엔 나이가 없다”... ‘유퀴즈’ 만학도 김정자 할머니, 올해 수능 도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 중 최고령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최고령 수험 응시생 김정자(84) 할머니가 응원을 받고 있다. 뉴스1

 

“건강이 허락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졸업장을 두 개 더 받고 싶다” (김정자 할머니의 글 ‘졸업을 앞두고’ 中)

 

지난 2019년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더 블럭’에 출연했던 김정자(82) 할머니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수능 최고령 응시생인 김정자 할머니는 40~80대의 만학도들이 중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 인정 평생학교인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유퀴즈’ 출연 당시 문해교육학교로 알려진 서울 양원주부학교에 다녔던 할머니는 한 대학교 앞에서 장사하던 시절, 한 학생의 도움으로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이 노트 한 장을 찢어 ㄱ, ㄴ을 써줬다. 차근차근 이름 쓰는 법을 알려주던 학생 덕분에 이름 석 자를 쓸 수 있게 됐다”며 도움을 줬던 학생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유 퀴즈 온더 블럭’ 출연 당시 김정자 할머니. 유튜브 채널 디글 캡처

 

한글을 배우기 전 할머니는 딸을 미국으로 보내는 공항에서 글을 모르는 설움에 눈물이 앞서기도 했다고. 그는 “한글도 모르는데 영어를 어떻게 아나. 딸을 보내는데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라”라며 울컥했다. 

 

그때부터 공부를 해보기로 결심을 했으나,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몰랐던 할머니는 길을 걷다가 우연히 문해 학교라고 적힌 부채 하나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학교 선생님께 ‘선생님 공부가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니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렇게 2018년 3월부터 다니게 됐다. 허리 수술을 하고 누워서도 구구단 노래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채널 디글 캡처

 

방송에서는 할머니가 쓴 ‘졸업을 앞두고’라는 글이 공개돼 먹먹함을 더하기도 했다. 그는 글을 통해 “더 배우고 싶지만 학교 규칙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졸업해야 한다. 건강이 허락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졸업장을 두 개 더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꿈을 이루지 못하고 황혼의 나이에 학교 문을 두드려 왔지만 조금 더 일찍 학교를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쉬움이 많다”며 학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편 할머니의 사연과 근황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위대하신 분이다”, “역시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바란다” 등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응원을 전했다. 


최윤정 온라인 뉴스 기자 mary170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