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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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사업계획서로 국가보조금 53억원 가로챈 업체 대표 3명 실형

정부부처 출연금을 지원받은 사업에 국가보조금을 노리고 허위 용업사업을 벌인 회사 대표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반정모)는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와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황모(48)씨에게 징역 4년, 고모(44)씨에게 징역 2년, 인모(50)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같이 기소된 김모(52)씨에게는 황씨 지시에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고 보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연합뉴스

이번 사건의 피해 기관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진흥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능정보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과기정통부는 2021년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등을 위해 정보통신진흥기금 2925억원을 이 기관에 출연했다. 진흥원은 이 출연금으로 수행할 150개 과제 사업을 정하고 사업 수행자를 모집했다.

 

사업 수행자로는 황씨 회사 등 4개 회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들은 처음부터 사업을 수주만 하고 내정된 업체와 허위로 용역계약을 맺어 보조금만 가로채기로 계획했다. 이들은 직원 275명을 새로 채용하고 전문업체 13곳과 11억원 상당의 용역계약을 체결하겠다는 허위 사업계획서로 사업 2개를 따냈다. 각각 34억8000만원, 18억7000만원으로 총 53억원 수준의 정보통신진흥기금을 부당하게 지원받았다.

 

이들은 실제로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활동하던 김씨가 황씨 지시에 따라 인도네시아 현지 인력을 채용·관리하며 인건비를 값싸게 줄였다. 한국에서 고용한 직원으로 속인 허위 명의자에게는 급여만 이체했다가 이후 다시 회수해 사업과 무관한 용도로 사용했다.

 

재판부는 “황씨와 고씨가 사업 수행계획서 작성 및 제출 당시부터 편취 범의로 과제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외부 용역을 실제 수행할 것처럼 사업 수행계획서에 기재하고 컨소시엄이 지급받을 보조금 액수를 부풀려 보조금을 편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피고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조금 대부분을 과제를 하는 데 썼고 목표한 바를 달성했다는 인씨의 주장, 범죄사실을 모른 채 지시에 따라 인도네시아 현지 인력을 동원했다는 김씨의 해명도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상적으로 과제를 수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정상적인 과제 수행을 할 것처럼 허위 사업 수행계획서를 작성·제출해 피해 기관(진흥원)을 기망하고 사업비로 보조금인 정보통신진흥기금 50억원 이상을 편취했다”며 “국가 보조금 예산의 적정한 관리를 저해하고 공적 자금의 운용·집행에 도덕적 해이로 세금 낭비와 국가재정 부실을 초래하며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조금이 지원되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