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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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질자원 보고’ 포항에 지구 전문과학관 세워야

영국 에든버러 스코틀랜드 의회 건물 옆에는 밀레니엄 전환기에 건설한 지구 전문과학관, 역동적 지구 과학센터(Dynamic Earth Science Centre)가 있다. 여기서는 지질학뿐만 아니라 천문, 해양, 기후 등 다양한 지구과학 분야를 통합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이 전문과학관에서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근대 지질학을 창시한 제임스 허튼에게 건립 이념을 헌정하고 있다. 주변에는 영화 ‘해리 포터’에서나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암석들로 이뤄진 지질 공원이 있어 왜 이곳에서 지질학이 처음 탄생했는지 그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다.

임경순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연구교수

광물 자원 및 핵심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첨단 산업을 육성하고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인류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구 전반에 대한 이해가 절실하다.

즉 태풍, 지진, 화산, 이상기후 등이 자주 발생하면서 지구 메커니즘에 대해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인간의 자연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면서 인류세(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을 바꾸는 지질 시대를 이르는 말)를 비롯한 신생대 지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천문우주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구 밖 먼 곳까지 가게 됐지만, 정작 지구 내부와 심해 해저에 대해서는 광활한 우주보다도 아는 게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지구 전문과학관이 전무한 상태다. 물론 기상과학관, 해양과학관, 천문과학관, 지질연구기관 내 관람 시설 등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정부 부처들마다 제각기 산발적으로 건립해서 지구 전체에 대한 유기적 연관성을 조망하기에는 턱없이 빈약한 시설들이다.

국립중앙과학관과 같은 종합과학관에서도 자연사 관련 전시 시설은 관람객의 흥미와 시대 유행에 편승해 주로 공룡시대인 중생대나 고생대 지층에 초점이 맞춰 있다.

따라서 포항 주변에 널리 산재돼 있는 신생대 거대 식물 및 포유류 화석에 대해 체계적으로 전시하는 곳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

포항은 환동해를 품고 있는 해양도시이며, 신생대 제3기층이 있는 한반도 지질자원의 보고다. 또한 지진, 수해 등의 뼈아픈 경험을 통해 지구 메커니즘의 중요성을 절실히 인식했고,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첨단의 과학기술 역량도 가졌다.

지구 전문과학관을 건설할 때에는 세계적 수준의 과학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지역의 특성을 살린 고유자원과 문화유산을 계승해 다른 지역에서는 도저히 모방할 수 없는 독창적인 과학관을 건설해야 한다.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세계적으로 신생대 제3기층이 많이 분포된 포항에 세계적 수준의 ‘지구 전문과학관’을 반드시 건설할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


임경순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