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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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부먹’보다 ‘찍먹’이 좋은 이유

얼마 전 건강해 보이던 30대 직원이 건강검진 결과 혈압과 혈당수치가 정상범위보다 높고 건강 나이가 50세가 넘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평소 짜고 달게 먹는 자신의 식습관이 문제인 것 같다고 자책하는 모습이 마음에 남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3월 ‘세계 나트륨 섭취 저감 보고서’를 통해 194개 회원국에게 2030년까지 나트륨 섭취량을 현재보다 30% 줄일 것을 권고하였다. 또한 건강을 위해 과일 등 자연당이 함유된 식품을 선택하여 당류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하여 2010년부터 나트륨 저감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는 당류 저감 정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먼저 라면 등 가공식품과 어린이 기호식품에 영양표시를 의무화하여 소비자가 나트륨, 당류 함량이 낮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또한 기존 제품보다 나트륨, 당류를 줄인 제품에는 ‘줄인, 낮춘’ 등을 표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였다. 아울러 편의점 판매 김밥 등의 나트륨 함량을 줄이도록 저감 기술을 지원하고 산업계의 저감 제품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생 대상 체험형 교육을 통해 어린 시기부터 건강한 식생활을 실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 정책에 힘입어 일일 나트륨 섭취량은 2012년 4583㎎에서 2021년 3080㎎으로 약 33% 저감되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타났다. 다만, 아직 WHO 권고수준(2000㎎)의 1.5배에 이르고 있어 지속적인 저감이 필요하다. 또한 달콤한 음식을 선호하면서 여자 어린이, 여자 청소년층은 가공식품을 통한 일일 당류 섭취가 WHO 권고기준(10%)을 초과하여 관리가 필요하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창설한 흥사단 표어에 ‘무실역행(務實力行)’이라는 말이 있다. 말이나 이론보다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건강한 식생활에서도 정부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 스스로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지난해 소비자 인식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80%가 나트륨, 당류 저감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실천율은 절반 수준인 50%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사실 나트륨, 당류를 줄이기 위한 실천은 알고 보면 간단하다. 평소 국물은 적게 먹고, 외식 시 “싱겁게 해 주세요”라고 주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부먹’과 ‘찍먹’의 선택 앞에서 소스를 따로 먹는 찍먹으로 나트륨 섭취를 현명하게 줄일 수 있다. 갈증이 날 때 탄산음료 대신 물을 마시고 설탕 대신 양파 등으로 단맛을 내면 당류 섭취도 줄일 수 있다. 영양표시를 꼼꼼하게 확인해 나트륨, 당이 적게 든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건강한 식습관에 도움이 된다.

한 나라의 영양정책은 개인의 건강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 발전과 경제적 안정과도 연결되어 있다. 나의 생활 속 작은 실천이 국가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오늘 덜 짜게 덜 달게 먹기를 다 같이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