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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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기현, 인요한 직격… ‘윤심’ 논란이 혁신에 무슨 도움 되나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원회 간 갈등이 증폭돼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어제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 위원장을 정면 비판했다. 인 위원장이 전날 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암시하면서 당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 핵심 인사들의 ‘용퇴’를 거듭 압박하자 본격적인 견제에 나선 것이다. 혁신위가 직·간접적으로 요구 중인 김 대표의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에 대해서도 “당대표의 처신은 당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장제원 의원 등 친윤 핵심 및 영남 중진들이 혁신위 권고안에 반발하는 가운데 김 대표까지 가세하며 혁신위 활동은 중대 고비를 맞게 됐다.

김 대표와 친윤 의원들은 “대통령과도 거침없이 이야기할 것”이라고 공언한 혁신위가 ‘윤심’을 끌어들인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3월 전당대회 때 누구보다 ‘윤심’을 앞세웠던 김 대표가 불리한 상황에 놓이자 ‘윤심’을 언급하지 말라고 비판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윤심’ 공방은 혁신위의 추진 동력을 강화하고 당이 활로를 찾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김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이제 와서 혁신위를 견제하면 김 대표는 명분 싸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어제 “혁신위는 건의 기구”라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더 이상 혁신위에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이에 혁신위도 밀리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혁신위 내부에서는 배수진이라고 할 수 있는 조기 해체설까지 흘러나온 상황이다. 혁신위는 수일 전 “혁신위를 흔들지 말라”는 취지의 성명서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양측 간 갈등이 심화해 파국을 맞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혁신위가 제안한 권고안이 당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응이 요구되는 법이다. 혁신위가 내놓은 쇄신안이 실현되면 국민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혁신위가 과감하고 굵직한 쇄신안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실제로 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다. 혁신위 성공 여하에 국민의힘의 미래가 달려 있다. 하태경 의원은 “김기현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는 운명공동체”라며 “인요한 혁신위가 무너지면 김기현 체제도 같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