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16일 모임 ‘원칙과 상식’ 출범을 알리며 세력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한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나아가 사퇴 요구마저 분출하는 가운데 비명 의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다. 친명(친이재명)계는 이들을 “매당노”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공천을 앞두고 당내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민주당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민주당의 정풍운동을 지향한다. 당의 무너진 원칙과 국민이 요구하는 상식의 정치를 세우겠다”며 원칙과 상식 출범을 선언했다.
의원들은 이 대표 체제하에서 크게 훼손된 당의 도덕성을 되살려야 한다고 본다. 이들은 “대표 개인의 사법 방어에 당을 동원하는 방탄 정당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돈봉투 사건, 코인 사건 등 당의 도덕성을 훼손한 사건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따라 조사하고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 자신이 수사·재판을 받다 보니 당내 비위 행위에 단호한 대처를 하지 못한 점을 질타한 것이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그룹이 비명 의원들을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은어)이라고 부르며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행태도 지적했다. 의원들은 “강성 팬덤 정치와 과감하게 결별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며 “‘친명 감별사’들이 벌이는 ‘친명 당선, 비명 낙선’ 운동은 민주당을 박근혜 정권 때의 ‘진박 감별당’ 수준으로 추락시키고 있다”고 했다.
원칙과 상식은 도덕성·당내 민주주의·비전 정치 회복 방안을 다음 달까지 마련하라고 지도부에 요구했다. 당내에선 이들의 탈당, 또는 제3지대 이동 가능성이 거론된다.
친명 그룹은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우원식 의원은 “친명, 비명 편가르기 논쟁은 민생 앞에 무익하다”며 “먹물들의 한가한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비명계 이원욱 의원이 3선인 점을 거론하며 “대표는 보궐(선거)로 들어와 1년 조금 넘었는데 0.5선에 기득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친명 원외 그룹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 대표를 검찰에 넘기려다 실패한 매당노들이 이번엔 당 대표의 험지출마론이라는 괴이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들이 그간 자신의 지역구에서 봉건영주 노릇을 하며 지역의 인심을 잃은 것을 만회하기 위해 해당행위를 자행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