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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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광업소 줄줄이 폐광… “지역경제 어떡하나요”

태백 장성·삼척 도계 2024년·2025년 예고
두곳 2500여명 대량 실업자 발생 전망
지역총생산 13.6%·9.6% 감소할 듯
“실업자 대책 마련돼야 지역 유지될 것”

1960~80년대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강원지역 광업소가 석탄산업 사양화에 따라 하나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석탄산업 의존도가 높았던 태백 등 폐광지역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이다.

16일 강원도에 따르면 태백 장성광업소가 내년 6월, 삼척 도계광업소가 2025년 6월 각각 문을 닫을 예정이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1998년 강원도 내 석탄광업소는 169곳에 달했으나 석탄산업 사양화에 따라 대부분 문을 닫고 2025년이면 민간에서 운영하는 삼척 상덕광업소만 남게 된다.

낡은 탄광차가 쌓여 있는 태백 장성광업소. 태백=연합뉴스

삼척개발주식회사가 1936년 삼척에 설립한 삼척탄광은 광복 후인 1951년 장성광업소와 도계광업소로 분리됐다. 이들 광업소는 1980년대 초반 종사자가 8000여명을 넘어설 정도로 규모가 컸다. 특히 장성광업소의 경우 단일 광업소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독일로 파견되는 광부들은 이곳에서 훈련받았다. 석탄산업 활황으로 인구가 유입되면서 1981년 태백이 시(市)로 승격되는 데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에너지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석탄산업 사양화가 가속화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태백과 삼척 경제의 핵심인 장성·도계광업소가 폐광을 예고하면서 지역경제에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도에 따르면 두 광업소가 문을 닫으면 태백과 삼척에서만 2500여명의 대량 실업자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태백(3만8000명)·삼척(6만3000명) 총인구 10만여명의 2.5%에 해당한다. 지역총생산의 경우 태백시가 13.6%, 삼척시가 9.6% 각각 감소할 전망이다. 향후 5년간 경제피해 예상액은 각각 3조3000억원, 5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주민들은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성광업소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다가 퇴직했다는 김모씨는 “광업소 한 곳이 문을 닫을 때마다 인근 마을도 함께 사라지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봤다”며 “폐광으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지역이 유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는 태백시와 삼척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산업위기특별대응지역으로 추가 지정해 폐광지역 살리기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고용위기지역은 고용이 악화되거나 급격한 고용 감소가 예상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5년간 연간 국비 30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규모 휴업·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지역에 국비를 투입하는 산업위기특별대응지역에 지정되면 대체산업 육성 등을 위한 1조원이 지원된다.

정일섭 도 글로벌본부장은 “폐광지역의 대체산업 발굴과 고용위기지역 지정, 산업위기특별대응지역 지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폐광지역 석탄산업에서 신산업으로 산업생태계의 변화를 이뤄 재도약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태백=배상철 기자 b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