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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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1등급 커트라인 83∼88점… 수학은 82∼93점 [2024 대입 수능]

‘역대급 N수생’ 변수 감안… 수학 최상위권 변별력 강화

국어 EBS 연계율 높였다지만
‘매력적 오답’ 포진… 불수능 수준
이과생 ‘문과 침공’ 다소 줄 듯

수학 개념 정확히 묻는 문제들 많아
영어도 작년 수능보다 난도 상승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기조·난이도를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9월 모의평가는 전반적으로 킬러문항이 없으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한 시험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평가원은 출제 과정에서 올해 수능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N수생’ 비중을 고려하고, 킬러문항을 점검하는 절차를 통해 킬러문항 배제에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올해 처음 수능 출제경향 분석에 나선 EBS 현장 교사단과 입시업체들도 “EBS 연계율이 높지만 선지를 까다롭게 구성해 쉽게 풀 수 있는 시험은 아니었다“며 “킬러문항이 사라졌지만, 문항 자체의 난도는 높았다”고 평가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6일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 시작에 앞서 막바지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어·영어 전년보다 어려워

16일 입시업체들은 올해 수능 국어는 평이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해 수능은 물론 비교적 변별력 있는 시험으로 평가됐던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도 다소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 수능 134점, 올해 9월 모의평가 142점이었다. 표준점수는 개인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점이 낮아지면 만점자가 받는 최고점은 올라간다. 통상 최고점이 145점 이상이면 어려운 시험, 135점 이하면 쉬운 시험으로 본다.

올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불수능’이라 할 수 있는 145점 근방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날 오후 10시 기준 EBSi 예상 표준점수 최고점은 146점이었다. 입시업체들은 화법과작문 선택 수험생은 85∼88점, 언어와매체 선택 수험생은 83∼85점에서 1등급 커트라인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수능 국어 1등급 커트라인은 화법과작문 96점, 언어와매체 92점이었다. 올해에는 작년보다 2∼3개 더 틀려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EBS 국어 대표 강사인 윤혜정 교사(서울 덕수고)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수능 국어 출제경향 브리핑에서 “선지(선택할 수 있는 항목)가 정교하고 세심해졌다”고 평가했다. 지문의 논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선지를 꼼꼼히 읽어야 정답을 고를 수 있는 문항이 곳곳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된 킬러문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수능에서 수험생들을 괴롭혔던 ‘클라이버의 기초 대사량 연구’와 같은 낯선 개념, 전문적인 지식을 다룬 지문은 사라졌고, 선택지에 '매력적인 오답'을 포함해 변별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독서는 지문 4개 모두, 문학은 6개 작품 중 3개 작품이 EBS 교재에서 연계돼 예년보다 EBS 체감 연계도도 높았을 것으로 평가됐다.

입시업계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종로학원은 “EBS 연계율은 높지만 어려운 문제가 다수 있어 수험생 입장에선 정답을 찾는 데 어려웠을 것”이라며 “9월 모의평가보다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절대평가인 영어영역 역시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비율이 7.83%였던 작년 수능보다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영어는 통상 1등급 10% 내외를 적정 난이도로 본다. 올해 9월 모의평가의 경우 1등급은 4.37%에 그쳐 매우 어려운 시험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 수능도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관광, 중고 거래 등 일상적이고 친숙한 소재의 지문이 주로 나왔으나 지문을 충실하게 읽어야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문항으로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평이 나왔다.

◆수학 전년 수능과 비슷

수학은 대체로 지난해 수능이나 올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복잡한 풀이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항이 곳곳에 배치됐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 수능 145점, 올해 9월 모의평가 144점이었다. 최고점이 비슷하게 나온다면 비교적 변별력을 확보한 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 오후 10시 기준 EBSi가 예측한 최고점은 147점이었다.

입시업계에서는 특히 최상위권에게는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 까다로운 시험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9월 모의평가는 초고난도 문항이 줄고 중고난도 문항이 늘면서 만점자(2520명)가 전년 수능(934명)의 2배 넘게 급증한 바 있다. 이번 수능에서는 9월 모의평가에서 최상위권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던 출제진이 높은 N수생 유입까지 고려해 최상위권을 겨냥한 문제를 늘렸다는 평이 우세하다. EBS 대표 강사인 심주석 교사(인천 하늘고)는 “(최상위권이 느끼는 난이도는) 지난해 수능과 올해 9월 모의평가 사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반적인 국어·수학·영어 난도가 올라간 데 대해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재수생이 많아진 것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득점 수험생, 재수생에게는 매력적인 시험이 됐겠지만, 그렇지 않은 고3 수험생들은 상당히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국어의 난도가 올라가면서 수학 고득점자인 이과생이 유리한 ‘문과침공’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적분'과 ‘기하’가 고득점에 여전히 유리한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이과생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등급 커트라인은 확률과 통계 선택자 91∼93점, 미적분 82∼85점, 기하 88∼89점으로 추정됐다. 작년 수능에서는 확률과 통계 88점이었다. 반면 미적분과 기하는 작년과 유사한 수준에서 1·2등급이 구분될 것으로 추정됐다. 종로학원은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이과생이 문과생보다 표준점수를 높게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종=김유나·이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