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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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때 하와이 용사 456명 전사… 올해 산불 땐 한국이 도움의 손길

재미교포 하와이 副주지사 전쟁기념관 방문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놀라운 발전을 이룬 한국의 모습에 감격스럽다.”

 

한국에서 태어나 10살 때 미국 하와이로 이민을 간 실비아 루크 하와이주(州) 부주지사가 밝힌 소감이다. 그는 하와이 최초의 한국계 부주지사인 동시에 한인 출신 최고위 선출직이기도 하다.

 

실비아 루크 미국 하와이주 부주지사(왼쪽 두 번째)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아 전시물을 관람하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16일 전쟁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루크 부주지사는 지난 1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다.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은 루크 부주지사에게 “하와이는 120년 한인 이민 역사의 출발지”라며 “현재는 환태평양 군사 요충지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하와이 주정부와 문화·안보 교류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루크 부주지사는 “한·미동맹 70주년 되는 해에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더욱 뜻깊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한국이 6·25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점을 거론하며 “(한·미 양국이)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면서 전쟁기념사업회와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백 회장과의 환담 후 전쟁기념관 미 하와이주 전사자 명비에 헌화하고 6·25전쟁 전시실도 관람했다.

 

6·25전쟁 당시 하와이주 출신 장병 약 7500명이 한국을 돕기 위해 참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456명이 전사했으며 그들의 이름은 전쟁기념관 전사자 명비에 새겨져 있다. 3년이 넘는 전쟁 기간 동안 한반도에서 목숨을 잃은 전체 미군 장병은 무려 3만6500여명에 이른다.

 

오늘날 하와이는 주한미군을 관할하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근거지로서 한·미동맹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와이 태평양 국립묘지에는 6·25전쟁 당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무명용사들이 안치돼 고국으로 돌아가 가족 품에 안길 날만 기다리고 있다.

 

루크 부주지사는 1977년 부모님을 따라 하와이에 정착한 뒤 이제껏 46년간 재미교포로 살아왔다. 이민자라는 핸디캡을 딛고 1998년 정계에 입문한 뒤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최근 열린 제9차 ‘세계한인정치인포럼’에 참석해 지난여름 하와이에 최악의 산불이 발생했을 때 한국이 제일 먼저 나서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 점을 거론하며 “한국의 변화에 놀랐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