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수학·영어가 예상보다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국어와 수학 모두 표준점수 최고점이 145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수능이 ‘불수능’으로 기록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7일 오전 9시 기준 EBSi 추정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146점, 수학 147점이다. 표준점수는 개인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점이 낮아지면 만점자가 받는 최고점은 올라간다. 통상 최고점이 145점 이상이면 어려운 시험, 135점 이하면 쉬운 시험으로 본다. 표준점수 최고점만 놓고 보면 국어와 수학 모두 꽤 어려운 시험이었던 셈이다.
특히 국어의 경우 지난해 수능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이었다. EBSi 추정 점수는 수험생들이 입력한 가채점 점수를 기반으로 해 실제 최종 점수 분포와는 다를 수 있지만, 추정치와 비슷한 선에서 실제 점수가 형성될 경우 최고점이 10점가량 오르게 된다. 올해 9월 모의평가 표준점수 최고점은 142점이었다. 당시에도 국어는 까다롭게 나왔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수험생들이 그보다도 더 어렵게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국어가 어렵게 출제된 것은 교육 당국의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수능에서 교육 당국은 ‘킬러문항 없이’ 변별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고난도 과제를 떠안았다. 수능 전부터 ‘킬러문항이 없으면 쉽게 출제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에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체로 주요과목의 변별력을 높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올해 재수생 등 ‘N수생’ 규모가 27년 만에 최고 수준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N수생은 통상 수능을 처음 보는 재학생보다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는다. 올해에는 특히 킬러문항 배제 방침으로 쉬운 수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의대 등에 진학하기 위한 상위권 수험생들의 재도전이 늘어난 분위기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수능 출제 시 N수생 비중 등 수험생의 특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상위권 학생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난이도를 어느 정도 조정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체감 난도가 꽤 높았던 시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어·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크게 벌어졌던 것도 국어 난도 상승에 영향을 미친 분위기다. 지난해 수능에서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보다 11점이 높았다. 수학 만점자는 국어 만점자보다 총점에서 11점을 더 받을 수 있는 구조여서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대입에서 유리하다는 지적이 커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두 과목 간 격차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으나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는 격차가 15점으로 오히려 더 벌어진 바 있다. 이후 9월 모의평가에서는 국어가 다소 어렵게 출제되면서 과목 간 격차가 2점으로 줄었다. 이번에도 국어를 어렵게 내 수학과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를 줄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2022학년도 수능 147점, 2023학년도 수능 145점으로 문·이과 통합 수능 도입 후 계속 145점을 넘겼다. 수학은 ‘어렵게’ 나오는 것이 추세가 된 것이다.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는 최고점이 151점까지 치솟기도 했다. 9월 모의평가는 약간 내려갔으나 여전히 144점을 기록했다.
이번 수능 수학은 입시업계에서는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약간 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예년 수능을 떼어놓고 보면 수험생들에게는 어려운 시험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어와 수학간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는 없지만, 이번에도 수학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 현상은 있을 전망이다. 입시업계에서는 확률과통계보다 미적분이 어렵게 출제돼 미적분 선택자의 표준점수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EBSi가 추정한 1등급 커트라인 원점수는 국어 화법과작문 87점, 언어와매체 85점으로 지난해 수능(화법과작문 96점, 언어와매체 92점)보다 7∼9점 낮았다. 지난해 수능보다 2∼3문제를 더 틀려도 1등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학 1등급 커트라인 원점수는 확률과통계 92점, 미적분 85점, 기하 90점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수능은 확률과통계 88점, 미적분 84점, 기하 88점이었다.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보다는 1등급 커트라인이 올라가고, 특히 확률과통계는 1문제 이상은 더 맞춰야 1등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수능은 원점수보다 선택과목 간 집단 성적이 보정된 표준점수가 더 중요한데, 표준점수는 각 영역 응시생 전체를 대상으로 산출돼 가채점 결과만으로 자신의 등급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1등급 비율이 7%대였던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고, 4%대였던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는 약간 쉬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영어는 통상 1등급 비율 10% 내외를 적정난이도로 보기 때문에 이번에도 수험생들에게는 꽤 까다로운 시험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