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폐관 앞둔 대학로 대표 소극장 ‘학전’… 박학기·동물원 등 릴레이 무대 선다

2024년 2월 28일∼3월 14일 진행
인연 각별한 가수들 콘서트 참여

서울 대학로 소극장 문화를 대표해 온 ‘학전’이 경영난에 묻을 닫기로 하자 학전과 인연 있는 가수들이 연속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가수 박학기는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학전이 내년에 문을 닫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일단 공연 날짜부터 정해 뒀다”며 “내년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학전과 인연을 맺은 가수들의 릴레이 콘서트가 열린다”고 말했다.

앞서 학전 측은 대학로 소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면서 경영난을 겪은 데다 김민기(72) 대표의 건강 문제까지 겹쳐 창립 33년 만인 내년 3월15일 문을 닫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대학로에 있는 학전 소극장 전경. 연합뉴스

이에 박학기 등 학전과 소중한 추억이 있는 가수들이 사실상 학전에서의 마지막 콘서트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키로 한 것이다. 동물원, 윤도현, 장필순, 권진원, 유리상자, 이은미, 여행스케치, 시인과 촌장, 알리 등 이미 10여팀이 참여하기로 했고, 더 많은 가수가 참여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인과 촌장의 멤버 하덕규와 함춘호는 이번 공연을 위해 24년 만에 함께 무대에 선다.

박학기는 “아직 공연의 제목도 정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참여하겠다는 가수들의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며 “화려한 무대보다는 노래를 좋아했던 초심을 생각하며 공연을 열기로 했다. 가수들도 학전을 위하는 마음으로 출연료 없이 무대에 오른다”고 말했다. 수익금이 남을 경우 전액 학전과 암 투병 중인 김민기 대표에게 건넬 예정이다.

학전은 ‘아침 이슬’, ‘상록수’ 등을 만들고 부른 김 대표가 1991년 3월15일 세운 소극장과 극단으로 가요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올렸다. 동물원, 들국화, 김광석, 유재하, 강산에 등 실력파 가수들이 꾸민 학전 콘서트는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김광석은 1996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학전 소극장에서만 1000회 공연을 채우는 등 인연이 각별했다. 학전 마당에 김광석 노래비가 세워진 이유다.

학전의 폐관 소식과 맞물려 정부도 소극장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0일 “연극계에서 학전의 역사적, 상징적 의미와 대학로 소극장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소극장을 활성화하고 연극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다양한 공간지원 사업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