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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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행정망 주말 앞두고 ‘먹통’… 민원인들 “어쩌란 말이냐”

공무원 전산망 ‘새올’ 접속 오류
이용 몰린 ‘정부24’ 서비스 중단
등본 등 발급 차질에 발만 ‘동동’
정부, 원인 파악·복구 작업 총력

“동사무소에서도, 구청에서도 안 된다고만 하고 인터넷으로도 못 뽑으면 대체 어떻게 하란 건가요?”

 

직장인 최모(35·여)씨는 17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주민등록등본과 인감증명서를 떼려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면서 이 같이 되물었다. 그는 회사 주변 동주민센터들에서 “오늘 민원 업무가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사무실로 돌아와 ‘정부24’를 통해 서류를 출력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먹통’이었다.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전산망 오류로 민원 업무 차질이 빚어진 17일 서울 종로구청 무인민원발급기에 오류코드가 떠 있다. 뉴시스

이날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하는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 ‘새올’이 사용자 인증 문제로 장애를 겪은 데 이어 정부24까지 서비스가 전면 중단되면서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려던 민원인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면서 꼭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지 못 한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 역시 난감하긴 매한가지였다. 민원인들이 “빨리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거세게 항의해도 할 수 있는 말이 “중앙정부 시스템 문제라 우리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뿐이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50분쯤부터 전산망 장애가 발생했다. 이어 오전 10시 전후로 전국 대부분 지자체에서 공무원들이 새올에 접속하지 못 해 민원서류 발급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행안부는 급한 민원 서류의 경우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를 이용해 달라고 안내했다. 새올 복구는 12시30분무렵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이번엔 이용자가 평소보다 더 몰린 정부24의 ‘접속 지연’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24는 오후 1시55분쯤부터는 서비스 자체가 아예 중단됐다. 이날 정부24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네트워크 장비 오류 등으로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며 서비스 중단은 별도 조치가 있을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공지가 떴다. 새올, 정부24의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는 모두 대전에 위치한 행안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있다.

 

17일 서울의 한 구청에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전산망이 시스템 오류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네트워크 오류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파악 중”이라며 “복구 작업과 원인 파악을 동시에 하고 있다. 최대한 빨리 정부24 서비스를 정상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공무원과 네트워크 장비 업체 직원 등 수십 명을 투입해 복구 작업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기관 업무시간 종료를 2시간 남긴 오후 4시 현재까지 정부24는 여전히 먹통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정부가 그간 행정 업무의 디지털화에만 ‘올인’해서 발생한 문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언론에 “행정망의 고도 전산화가 이뤄지면서 수기 등 옛날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모두 사라졌다”며 “전산망 이중화를 여태 해놓지 않은 것 같은데, 예비 서버라도 구축해 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