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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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롱도르·월드컵… 多가진 남자 [S 스토리-전무후무 '축구의 神' 메시]

빅리그서 트로피 싹쓸이한 ‘레전드’
유럽 떠나도 8번째 발롱도르 손에
FIFA 인정 축구계 ‘GOAT’로 우뚝

11살 때 성장호르몬 결핍증 진단받고
비싼 치료비 탓에 선수 꿈 난망하다
바르샤와의 ‘냅킨 계약서’ 일화 탄생

만 36세 나이에도 전세계 최고 기량
‘꾸준함’이 오늘날 ‘축구의 神’ 만들어

2024 발롱도르 주인은 누구

맨시티 홀란·PSG 음바페 유력 거론
스무살 ‘레알 에이스’ 벨링엄도 주목

‘GOAT(Greatest Of All Time)’

스포츠계 한 분야 역대 최고의 선수에게 찬사를 보내는 수식어다. 1990년대 링을 지배한 ‘복싱 전설’ 무하마드 알리에게 처음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싱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종목에도 GOAT의 칭호를 받는 이들이 있다. 여섯 번이나 우승 반지를 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미국 프로풋볼(NFL) ‘전설의 쿼터백’ 톰 브래디, 남자 육상 100m 세계 기록보유자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 올림픽 금메달 23개의 위업에 빛나는 ‘수영 제왕’ 마이클 펠프스 등이 GOAT로 인정받는 선수들이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축구에도 이견이 없는 역대 최고의 선수인 GOAT가 나왔다.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36·아르헨티나)가 주인공이다.

리오넬 메시. AP뉴시스

◆발롱도르만 8개… GOAT 등극한 메시

메시는 지난달 31일 생애 여덟 번째 ‘발롱도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영국 프로축구 맨체스터 시티의 ‘괴물 골잡이’ 엘링 홀란,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PSG) 동료였던 킬리안 음바페 등을 제치고 한 해 최고의 선수에게 부여하는 상을 거머쥐었다. 발롱도르는 축구 선수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꼽힌다. 메시가 발롱도르를 받은 것은 2021년 이후 2년 만이며, 2009년 첫 수상 이후 8번째(2009, 2010, 2011, 2012, 2015, 2019, 2021, 2023)다. 또 만 36세에 발롱도르 수상자가 된 메시는 1956년 잉글랜드 스탠리 매슈스(당시 41세)에 이어, 역대 최고령 2위 기록도 썼다.

메시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생애 첫 월드컵 우승의 꿈을 이루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스페인 FC바르셀로나에서 전성기를 보낸 그는 클럽에서 모든 트로피를 수확했지만, 조국 아르헨티나를 위한 성과가 아쉬웠다. 그러다 2021년 코파아메리카 우승에 이어 생애 첫 월드컵 트로피마저 들어 올리며 국가대표로서의 한도 풀었다.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은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 이후 36년 만이었다. 메시로선 축구 인생 황혼기에 그토록 바라던 월드컵 우승에 더해 8번째 발롱도르까지 손에 넣는 최고의 드라마를 쓴 셈이다.

이로써 ‘축구 황제’ 펠레, 마라도나와 비견되던 메시는 진정한 GOAT으로 우뚝 섰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카타르 월드컵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GOAT 논쟁은 끝났다. 월드컵 트로피는 이제 메시 컬렉션의 일부가 됐다. 이제야 유산이 완성됐다”고 인정했다.

리오넬 메시가 지난 2022년 12월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리한 후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을 들고 우승컵에 입 맞추고 있다. AP뉴시스

◆성장호르몬 결핍 소년에서 전설이 되기까지

메시의 삶 자체는 영화와 다름없다. 성장호르몬 결핍을 겪은 한 아르헨티나 소년이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된 건 어떤 영화보다도 더 극적이다.

메시는 11살 때 성장호르몬 결핍증 진단을 받았다.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키가 더 자랄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철강노동자 아버지와 청소부 어머니에게 월 100달러가 넘는 치료비는 버거웠다. 메시의 재능이 누구보다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꽃조차 피울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때 메시에게 손을 내민 구단이 있었다. 바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강호’ 바르셀로나다. 세계적인 유소년 축구 선수 육성 시스템 ‘라 마시아’를 갖춘 바르셀로나에서 약값을 대는 조건으로 2000년 그를 데려왔다. 당시 메시의 천부적인 재능에 흠뻑 빠진 구단 스카우터가 즉석에서 냅킨에 서명한 ‘냅킨 계약서’ 일화는 유명하다.

바르셀로나에서 꾸준히 치료받으며 170㎝까지 자란 메시는 2004년 17살의 나이로 1군에 데뷔했다. 당시 리그 최연소 기록이다. 혜성처럼 등장한 메시는 이후 2021년까지 17년간 바르셀로나에 몸담으며 구단의 ‘전설’이 됐다. 그는 바르셀로나에서 통산 778경기 672골을 기록했고, 네 차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을 비롯해 프리메라리가 10회·코파 델 레이(국왕컵) 7회 등 우승 트로피를 휩쓸었다.

바르셀로나 시절 리오넬 메시. AP뉴시스

그러나 메시와 바르셀로나의 인연은 영원하지 못했다. 메시는 재계약을 원했지만 구단의 재정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2021년 눈물을 쏟으며 떠나야 했다. 프랑스로 건너가 PSG에 2년간 몸 담은 그는 올여름 미국 프로축구(인터 마이애미 소속)로 무대를 옮겼다.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을 떠나서도 8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한 메시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런 업적들을 이룰 수 있다고 상상하지 못했다”며 “세계 최고의 팀, 역사에 남을 팀에 몸담았던 덕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메시의 위대함은 무엇보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꾸준히 발휘했다는 것이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메시의 가장 큰 놀라움은 경기에서 5~6명을 돌파하는 장면을 ‘꾸준하게’ 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메시의 위상에 도전하는 선수가 나올 수도 있지만, 그 정도의 경기력을 커리어(선수 생활) 내내 지속해서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영원히 기억될 라이벌, ‘2인자’ 호날두

완벽한 주인공이 있다면 비운의 조연도 있는 법. 메시 축구 인생 최고의 라이벌로는 포르투갈의 ‘골잡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8·알 나스르)가 꼽힌다. 메시가 2010년대 바르셀로나의 상징으로 군림할 때 호날두는 ‘엘클라시코 더비’의 레알 마드리드에 몸을 담았다.

호날두는 메시와 경쟁하며 발롱도르를 5회(2008, 2013, 2014, 2016, 2017년)나 수상했다. 메시 다음으로 발롱도로를 많이 받는 등 엄청난 기록을 자랑한다. 호날두는 UCL 우승 트로피도 다섯 차례 들었고, 총 183경기에 출전해 역대 최다인 140골을 퍼부을 만큼 UCL의 제왕이다.

 

2008∼2017년까지 10년간 메시와 호날두는 나란히 발롱도르를 5회씩 수상했다. 각자 소속팀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숙적 관계에 맞불려 이들의 경쟁 구도도 정점이었다. 축구 팬들도 ‘누가 더 위대한가’에 대한 논쟁이 불을 뿜던 시기다. 하지만 이후 메시가 2019년, 2021년, 2023년 발롱도르를 3개 더 추가하고, 호날두는 못해 본 월드컵 우승까지 차지하며 우위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리오넬 메시가 지난 2014년 1월 14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2013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Ballond'or; 골든볼) 시상식에서 영예의 FIFA 발롱도르을 차지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사진은 시상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란히 자리한 메시(오른쪽)와 호날두의 모습. AP뉴시스

◆축神의 후예… 2024 발롱도르 주인은 누구

 

‘축구 메시아’ 리오넬 메시가 올여름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을 떠나 미국 인터 마이애미로 향한 건 그가 더는 ‘주류’가 아님을 의미한다.

 

메시는 지난달 통산 여덟 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축구 선수로서의 경력에 마지막 방점을 찍었다. 이제 세계 축구계 시선은 내년 발롱도르의 주인공에게 향한다. 메시의 시대를 이을 영예의 주인공은 누굴까. 3명이 유력하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프랑스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열린 2023 발롱도르 시상식 남자 선수 부문 여덟 번째 발롱도르 트로피를 받은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우선 올해 발롱도르를 놓고 메시와 경쟁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23·노르웨이)이다. 홀란은 지난 시즌 맨시티의 EPL,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잉글랜드 FA컵 ‘유럽 3관왕(트레블)’을 이끌었다. 홀란은 EPL에 입성한 첫해에 단일 시즌 최다 골(36골)을 포함해 공식전 52골을 퍼부었다. EPL과 UCL에서 모두 득점왕을 차지한 홀란은 메시에 이어 발롱도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메시는 이번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홀란도 이번 발롱도르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내년에는 네가 이 상을 받을 거야”라고 덕담하기도 했다.

엘링 홀란. AP연합뉴스

또 다른 차세대 지배자는 프랑스의 ‘슈퍼스타’ 킬리안 음바페(25·파리 생제르맹·PSG)다. 이강인(22)의 팀 동료인 음바페는 프랑스 대표팀과 PSG의 주장 완장을 찬 에이스다. 무시무시한 삼각편대를 형성했던 메시와 네이마르(브라질)가 올여름 떠난 팀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음바페는 이번 발롱도르에서 메시, 홀란에 이어 3위에 자리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우승하는 데 앞장선 음바페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도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위협했다. 음바페는 이번 2023∼2024시즌에서도 11경기에서 13골 1도움을 넣으면서 프랑스 리그1 최다 득점 순위에 올랐다.

킬리안 음바페. AFP연합뉴스

홀란과 음바페 못지않게 올해 급부상한 잉글랜드의 ‘신성’ 주드 벨링엄(20)도 주목 대상이다. 벨링엄은 올 시즌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명문’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했다. 홀란보다도 세 살이 어린 벨링엄은 세계 최고의 구단으로 꼽히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곧장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중앙 미드필더인 그는 프리메라리가에서 10골 2도움으로 리그 최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펄펄 날고 있다.

주드 벨링엄. EPA연합뉴스

최근 열린 올 시즌 바르셀로나와의 첫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는 멀티골을 터뜨리며 2-1 승리를 이끄는 등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번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벨링엄은 세계 최고의 유망주에게 주어지는 트로페 코파를 수상했다. 영국 축구 전문 매체 풋볼 365는 내년 발롱도르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벨링엄을 꼽기도 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