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별첨’, ‘교부’, ‘통지’, ‘워크숍’, ‘코디네이팅’…한자어·외래어 많은 교육 공문서 [우리말 화수분]

<22> 공문서 언어의 문제점 절감한 경남교육청의 변신…쉽고 바른 공공언어 사용 문화 조성에 앞장
국어는 한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밀려드는 외국어와 국적불명의 신조어, 줄임말 등에 국어가 치이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 누구나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할 정부와 지자체, 언론 등 공공(성)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의 그늘도 짙습니다. 세계일보는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공공분야와 일상생활에서 쉬운 우리말을 되살리고 언어사용 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우리말 화수분’ 연재를 시작합니다. 보물 같은 우리말이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생명력을 지니도록 찾아 쓰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편집자주>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 전부 개정, 시도교육청 최초 국어전문가 채용, 교육청과 직속기관 공공언어 사용실태 조사 및 ‘공공언어 바로 쓰기’ 책자 발간…

 

경상남도교육청은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2년 국어책임관 우수 운영 기관’ 중 하나로 뽑혔다. 조직 내 올바른 공공언어 사용 문화 확산을 위해 기울인 다양한 노력이 평가받은 것이다. 

경상남도교육청 전경.

17일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2016년 제정된 ‘경상남도교육청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를 2021년 6월 전부 개정했다. 

 

이후 △국어 발전과 보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2021∼2025년) 수립 △국어 바르게 쓰기 위원회 운영 △공공언어 사용 실태 조사 △국어책임관 추가 지정 및 부서별 국어담당자 지정 △국어전문가 채용 및 공문서 감수 강화 △교직원 대상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연수 △바른 공공언어 자료 개발·지원 등을 추진했다. 그 결과 국어책임관 24명(본청 1명·교육지원청 18명·직속 기관 5명)에 국어담당자가 109명에 달한다. 경남교육청 측은 “다른 광역교육청과 달리 경남교육청은 본청과 교육지원청뿐 아니라 직속 기관에도 국어책임관을 추가 지정했다. (그래서 그 수가 월등히 많다)”며 “지난해 7월 전국 시‧도교육청 중 처음으로 국어담당자도 지정해, 국어책임관의 업무를 돕고 공문서 감수 등 공공언어 개선을 위한 업무와 소통 등을 담당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남교육청이 2021년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에 의뢰해 ‘경상남도교육청 공공언어 사용 실태’를 조사한 건, 쉽고 올바른 공공언어를 써서 학부모(보호자)와 학생, 지역 주민과 적극 소통하겠다는 자세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경상대 국어문화원은 경남교육청(공고문 30건)과 교육지원청(〃 40건), 직속 기관·학교(〃 30건)에서 2018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작성된 ‘고시문’, ‘공시송달문’, ‘공개 모집문’, ‘안내문’ 등 공고문 100건을 추려 분석했다. 국립국어원이 공공언어 요건으로 제시한 ‘정확성’과 ‘소통성’을 주요 분석 기준으로 삼아 △표준어 규정을 비롯한 어문 규범의 준수 △적절한 어휘 사용 △문법에 맞는 문장 △권위적‧고압적‧차별적 표현과 관련된 공공성의 준수 △쉽고 친숙한 용어와 어조의 사용 여부 등을 살폈다. 

 

예컨대 단어 사용과 관련한 분석 결과, ‘어려운 한자어 및 외래어 사용’이 90%로 압도적이었고, 이어 ‘의미를 잘못 알고 사용한 단어’(5.6%), ‘외국 문자 노출’(3.8%), ‘지나친 줄임말 사용’(0.6%) 순이었다. 어려운 한자어는 ‘별첨’(따로 붙임), ‘교부하다’(내주다), ‘∼에 의거’(∼에 따라), ‘통지하다(알리다)’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제출된 서류의 기재착오 또는 누락이나 연락불능 등으로 인한 불이익은 일체 신청자의 책임으로 정확히 작성하여 제출 바랍니다’는 ‘제출한 서류에 잘못 써 넣거나(내용을 빠트리거나) 연락이 안 되어 발생한 불이익은 모두 신청자의 책임이므로 필요한 서류를 정확히 작성하여 제출하기 바랍니다’로 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외래어는 ‘코칭’(지도), ‘워크숍’(공동 연수, 공동 수련), ‘코디네이팅’(관리, 조정), ‘슬로건’(표어, 강령, 구호), ‘오리엔테이션’(예비 교육) 등이 자주 사용됐다.  

 

분석 대상 공문서의 문장에서 ‘시(時)’, ‘미(未)∼’, ‘한(限)하다’, ‘필(必)하다’, ‘부/불(不)∼’, ‘득(得)하다’, ‘기(期)하다’, ‘∼상(上)’, ‘∼하(下)’ 등 ‘한문 투 표현 사용’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100개 문장당 약 10.15개 꼴이었다. 예를 들어 ‘미취득시’는 ‘취득하지 못한 때’, ‘미준수시’는 ‘지키지 않은 때’, ‘불이행시’는 ‘이행하지 않았을 때’, ‘합격자에 한하여’는 ‘합격자에 한정하여’, ‘병역을 필하고’는 ‘병역을 마치고’, ‘등록을 필한 자’는 ‘등록을 마친 사람’으로 각각 쓰는 게 이해하기가 편하다. 

 

경남교육청은 이런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경남교육청 공공언어 바로 쓰기’ 책자를 발간했다.

 

교육청 구성원의 바른 공공언어 사용 촉진과 학생과 학부모 등 정책 대상자의 눈높이에 맞는 공공언어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1300여 권을 만들어 본청과 교육지원청, 직속 기관, 학교에 배포했다. 책은 △공공언어 이해하기 △한국어 어문규범 돋보기 △공공언어 기초 쌓기 △공공언어 유형별 작성법 △공공언어 돋보기 등으로 구성했다. 교육청 누리집(알림마당-업무자료실)에도 피디에프(PDF) 문서로 올려 방문자 누구나 수월하게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누리집 첫 화면에 매일 ‘오늘의 토박이말’을 소개하고, 매달 발행하는 경남교육소식지 ‘아이좋아 경남교육’에 ‘토박이말 나들이’ 꼭지를 싣는 등 토박이말 소개에도 앞장서고 있다.

 

박종훈 교육감은 “외국어나 어려운 한자어, 무분별한 줄임말을 많이 사용하면 소통할 때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우리말을 쉽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일인 만큼 (경남교육청은) 국어 바르게 쓰기 모범을 보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어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국어책임관 업무 실적 등을 문체부 장관에게 매년 1회 통보해야 한다. 문체부는 이를 토대로 매년 우수 운영 기관을 선정해 시상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