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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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더라이브’ 결국 폐지…막내PD들 “마지막 인사라도 하고 싶습니다”

제작진 측 “야밤에 폐지 결정 통보받아”
프리랜서들 “하루아침에 일자리 잃어”
지난 9일 방송된 KBS 2TV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 한 장면. 유튜브 갈무리

 

박민 KBS 사장 취임 이후 갑작스런 편성 취소로 논란이 된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의 폐지가 확정됐다. KBS의 일부 구성원들은 “방송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방송 참사”라고 비판하며 긴급 대응에 나섰다.

 

언론노조 KBS 본부 시사교양 구역, PD 협회 소속 시사교양 PD들은 17일 ‘긴급 총회’를 연 뒤 사내 게시판에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사 프로그램으로 꼽힌 ‘더 라이브’를 각종 합의와 방송법 위반을 감행하며 신속 폐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앞서 KBS는 지난 13일부터 방송사 사정으로 ‘더 라이브’를 한 주간 결방한다고 공지해왔다. 지난 14일에는 ‘정확한 결방 사유’가 확인되는 대로 재공지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밤 KBS ‘더 라이브’ 측은 유튜브 공지를 통해 “많은 분이 궁금해 하셔서 야밤이지만 소식을 전한다. 조금 전 제작진은 ‘더 라이브’ 폐지 결정을 통보받았다”며 “앞으로 4주간 다른 프로그램이 대체 편성될 예정이고 공식 종방 일은 12월 중순”이라고 밝혔다. 폐지 사유는 “2TV 성격에 맞지 않는다”로 전해졌다.

 

PD들은 KBS 사측이 ‘4주 대체 편성 뒤 종방’이라는 결정을 내린 게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실상 지난 13일부터 폐지해놓고, 프리랜서 계약 해지 시 한 달 전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하지 않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며 “방송도 안 하는데 제작진에게 임금을 지급해가며 ‘더 라이브’를 지연 폐지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박민 KBS 신임 사장과 임원진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이들은 프로그램 제작에 책임을 지는 제작본부장을 향해서도 “상식을 거스르는 편성본부장의 결정에 대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한 번이라도 따지기는 했는가”라며 “‘아무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전달자 역할을 했다’는데 전달만 하려면 제작 본부 간부들은 왜 그 자리에 있는가”라고 따져물었다. 이어 “지금이라도 편성 본부와 사장에게 ‘프로그램을 절차 무시하고 갑작스레 폐지하는지’ 이유를 묻고, 그에 대한 제작 총 책임자로서 의견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 “‘더 라이브’의 막내 피디들은 오늘 총회에서 ‘시청자들께 마지막 인사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막 방송을 배우기 시작한 PD들도 제작과 편성이 시청자와의 무거운 약속임을 안다”며 “시청자를 우습게 아는 결정이었음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더 라이브’ 제작진 측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프로야구 중계를 위해 단 하루 결방이 이뤄져도 전화 4~5통은 기본”이라며 “누구보다 엄격하게 편성 규약을 준수해야 할 편성 책임자가 태연하게 규정 위반을 ‘고백’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편성 본부 아래에서 프로그램의 성과와 품질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멀티플랫폼데이터부’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공개하라”라며 “편성본부장은 작금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라”라고 요구했다.

 

이 중 프리랜서 제작진은 추가로 입장문을 내고 “일방적 편성 삭제 후 폐지 통보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며 “일방적이고 소통 없는 폐지 과정으로 가장 큰 피해를 겪는 사람들은 프리랜서 제작진과 그 가족이다. 공영방송 정상화가 아닌 비정규직 제작진을 향한 공영방송의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더 라이브’ 제작진 중 프리랜서는 30명 안팎으로 정규직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