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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 만년설과 태양이 청정 포도를 키우는 알토 아디제를 가다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이탈리아 최북단 와인 산지 알토 아디제/볼차노 케이블카 타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장엄한 돌로미티 산맥 장관/해발고도 900∼1000m 발레 이사르코 등 고지대서 포도재배/일조량 뛰어나고 일교차 커 산도·미네랄 뛰어나/트라민 마을은 장미향 게뷔르츠트라미너의 고향

알토 아디제의 중심 도시 볼차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소프라볼차노를 향해 오르면 만년설이 덮인 돌로미티 산맥과 급경사에 조성된 포도밭이 어우러지는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난다. 최현태 기자

덜컹거리며 정류장을 출발한 케이블카는 빠르게 속도를 높인다. 마치 사뿐하게 날아오르는 한 마리 새처럼. 겹겹이 쌓인 산들과 아찔하도록 가파른 비탈을 따라 펼쳐지는 포도밭. 어떻게 저런 곳에 포도밭을 만들었을까. 인간의 위대함에 놀라는 것도 잠시, 케이블카가 고도를 최대한 끌어 올리자 눈앞에 펼쳐지는 대자연의 장엄한 서사시는 말을 잊게 만든다. 만년설 덮인 뾰족한 수직절벽이 커튼처럼 펼쳐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돌로미티(Dolomite), 물결치는 들판, 중세시대 마을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평생 잊지 못할 수채화다. 알프스 만년설과 태양이 빚는 걸작, 알토 아디제(Alto Adige) 와인의 향기가 넘쳐나는 볼차노에 섰다.

여행 1면.
여행 2면.

◆케이블카로 즐기는 대자연의 서사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차로 4시간여를 달려 알토 아디제의 중심 도시 볼차노(Bolzano)로 들어서자 활기가 넘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맥으로 꼽히는 돌로미티를 여행하는 이들이 거점으로 삼는 곳이라 1년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알프스 산맥의 일부인 북부 이탈리아의 돌로미티는 높이 3000m 이상 봉우리가 18개에 달한다. 볼차노, 오르세티이, 코르티나 담페초 등 9개 지역에 걸쳐있다.

볼차노 올드타운 허브시장.
볼차노 허브시장.

도로에 걸린 간판에는 이탈리아 이름과 독일어 이름이 함께 표기돼 있다. 알토 아디제는 ‘쥐트티롤(Sudtirol)’로도 표기하는데 남부 티롤이란 뜻이다. 알토 아디제 바로 북쪽이 오스트리아 티롤주이기 때문이다.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국경이 접한 알토 아디제는 제1차 세계 대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속해 있었다. 오스트리아계 소수민족이 많아 이탈리아어와 함께 독일어가 공용어로 인정된다. 따라서 이곳 사람들은 열정이 넘쳐나는 이탈리아 사람들과는 완전 딴판이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사람들처럼 사색을 즐기는 걸 더 좋아한다.

발터광장.
볼차노 대성당.
레논 케이블카 정류장 가는 길 거리 풍경.
소프라볼차노를 조망하는 알파인37 루프탑 레스토랑.

볼차노는 걸어서 30분 거리에 주요 여행지들이 몰려 있어서 도보 여행에 적합한 곳이다. 다양한 향신료, 꽃, 육가공품 등을 파는 중앙시장과 볼차노 대성당이 보이는 발터 광장을 지나 알록달록한 동화속 집들을 구경하며 동쪽으로 15분 정도 걸으면 레논(Renon) 케이블카 정류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소프라볼차노 마을 등으로 가볍게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편도 6유로, 왕복 10유로이며 정상에서 인근 마을을 둘러보는 협궤열차가 포함된 티켓은 편도 9유로, 왕복 15유로다.

케이블카에서 본 급경사에 조성된 볼차노 포도밭과 돌로미티.
웅장한 돌로미티.
소프라볼차노.
소프라볼차노 마을 풍경.

케이블카의 매력은 돌로미티와 가파른 산비탈에 조성된 포도밭이 어우러지는 낭만적인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케이블카가 고도를 높이자 구불구불 산자락을 따라 펼쳐진 포도밭이 발아래 아름답게 펼쳐진다. 저 멀리 삐죽삐죽 솟은 돌로미티 산자락의 머리에 만년설이 하얗게 덮인 풍경은 마치 꿈을 꾸는 듯 환상적이다. 케이블카는 15분만에 알프스의 한복판인 소프라볼차노 마을로 여행자를 실어 나른다.

소프라볼차노 협궤열차.

정류장 앞에는 협궤열차가 손님을 기다린다. 이 열차를 타면 돌로미티를 훨씬 가까이서 볼수 있는 더 높은 산간 마을 콜랄보(collalbo)까지 다녀올 수 있다. 기찻길 너머로 펼쳐지는 돌로미티 산자락은 케이블카를 타고 볼 때보다 훨씬 손에 잡힐 듯 가까워 어서 오라 손짓하는 듯하다. 그래 언젠가 꼭 가리라. 버킷리스트에 한줄 추가한다.

소프라볼차노 마을 트레킹.
소프라볼차노 마을에서 본 돌로미티.
소프라볼차노에서 본 돌로미티 산맥 슐레른(앞쪽)과 로젠가르텐.
트라민 마을.

◆게뷔르츠트라미너의 고향 트라민

 

알토 아디제는 이탈리아의 와인 생산량의 1%에 불과한 매우 작은 산지다. 하지만 생산지통제규정(DOC)을 받는 와인이 98%에 달한다는 점이 알토 아디제 와인의 품질을 말한다. 연간 생산량은 4000만병이며 화이트 와인 비중이 64% 더 높다. 화이트 와인을 대표하는 품종이 게뷔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다. 볼차노 시내에서 남쪽으로 20여분을 달리면 트라민(Tramin) 마을에 닿는데 향기롭기로 소문난 게뷔르츠트라미너의 고향이 바로 이곳이다. 이 지역에서 재배하는 포도의 90%를 차지하는 게뷔르츠트라미너는 ‘스파이시한 트라민’이란 뜻으로 품종에 마을 이름이 담겨있다.

 

트라민 마을 와인박물관.
트라민 마을 알테 포스트 레스토랑.
제이 호프스태터(J.Hoffstatter) 피노누아.

이 품종은 장미꽃향 등 아로마가 아주 좋지만 산도가 좀 부족하다. 하지만 알토 아디제에 자라는 게뷔르츠트라미너는 향이 풍부하면서도 높은 산도까지 지녀 완벽한 밸런스를 보이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트라민 마을로 들어서자 포도즙을 짜던 옛 기구가 놓인 와인박물관이 알토 아디제의 상징 마을에 들어섰음을 알린다. 높이 솟은 교회 종탑이 보이는 작은 중앙광장에 옹기종기 놓인 레스토랑 노천 테이블에선 여행자들이 한낮의 태양을 즐기며 와인잔을 기울인다. 제이 호프스태터(J. Hofstatter) 와이너리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알테 포스트(Alte Post)에선 피노블랑과 피노누아 품종 와인을 새우샐러드, 파스타 요리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줄리아 월시(Julia Walch).
엘레나 월시 포도밭.

차로 10분 거리 와이너리 엘레나 월시(Elena Walch)로 들어서자 엘레나의 딸로 와이너리를 이끈느 줄리아(Julia)가 반갑게 맞는다. 지난 6월 줄리아가 한국을 찾았을 때 많은 얘기를 나눈터라 오랜 친구를 만나듯 정겹다. 칼데라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와이너리 전경은 예쁜 그림엽서다. 그를 따라 지하 셀러로 들어서면 100년이 넘은 대형 배럴이 와이너리의 역사를 말한다. 현지에선 ‘엘레나 발크’로 발음하는 월쉬 가문의 역사는 150년으로 5대째 와인을 빚고 있다. 건축스튜디오를 운영하던 줄리아의 어머니 엘레나는 레드 품종 스키아바 로 저가 와인을 주로 생산하던 1980년 자신의 이름을 건 와이너리를 따로 설립, 포도밭을 구획별로 정비하고 포도 나무당 생산량을 대폭 줄여 고품질 포도를 생산하면 알토 아디지 와인 양조의 혁신을 이끌었다.

엘레나 월시 레스토랑.
엘레나 월시 비욘드 더 클라우드.

비욘드 더 클라우드(Beyond The Clouds)가 엘레나 월시가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된 대표 작품. 게뷔르츠트라미너, 리슬링, 피노비앙코, 피노그리지오, 소비뇽블랑중 그해 작황에 따라 4가지를 섞어서 만든다. 망고, 파인애플, 달콤한 리치 등 잘 익은 과일향과 장미꽃향의 아로마가 어우러져 복합미가 뛰어나다. 엘레나 월시는 샤르도네, 피노누아 등 다양한 국제 품종 와인도 선보이고 있다. 엘레나 월시가 직접 운영한 레스토랑도 아름다운 칼데라 호수를 즐기며 맛있는 메뉴를 즐길 수 있어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칸티나 트라민 와이너리 젼경.
게뷔르츠트라미너 포도밭.
트라민 마을 포도밭.

칸티나 트라민(Cantina Tramin)은 와이너리 이름이 트라민 그 자체다. 1971년에 설립된 트라민은 1898년부터 와인생산을 시작한 유서 깊은 조합 칸티나 소시알레 디 에그나(Cantina Sociale di Egna)와 합치면서 알토 아디제에서 가장 큰 조합 와이너리가 됐다. 2010년 리모델링하면서 포도밭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녹색 철골 구조물로 외관을 꾸몄는데 마치 모던한 미술관 같다. 건축가 베르나 츠롤(Werner Tscholl) 작품으로 트라민 마을의 아이콘이다. 와이너리 건물 2층으로 들어서면 언덕을 따라 포도밭이 물결치듯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을 만난다. 대부분의 포도가 게뷔르츠트라미너다. 

칸티나 트라민 마케팅·세일즈 디렉터 볼프강 클로츠(Wolfgang Klotz).
칸티나 트라민 누스바우버 게뷔르트라미너 2021과 2011빈티지.
칸티나 트라민 에포칼레.

누스바우머(Nussbaumer), 테르미눔(Terminum)이 대표 와인. 특히 누스바우머는 놀라운 숙성 잠재력을 지녔다. 2011 빈티지는 무려 10년이 넘었지만 풍성한 과일향과 신선한 산도가 고스란히 살아있어 탄성이 터져 나온다. 2018년에는 게뷔르츠트라미의 맛과 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 에포칼레(Epokale)를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로버트 파커의 유명와인매체 와인 애드보케이트(Wine Advocate)는 이탈리아 화이트 와인 최초로 100점 만점을 에포칼레에 부여해 트라민의 명성을 이끌고 있다.

칸티나 보젠 와이너리 전경.
칸티나 보젠 야경.
칸티나 보젠 화이트 와인.

볼차노 서쪽 칸티나 보젠(Cantina Bozen)도 생산자 224명이 소속된 조합 와이너리. 건물 정면 구조물이 역시 갤러리를 방불케 하는데 야경이 빼어난 것으로 소문났다. 산비탈을 활용해 와인 숙성에 최적화된 셀러를 만들어 게뷔르츠트라미너 등 다양한 와인을 생산한다. 보젠은 볼차노의 독일어다. 그만큼 볼차노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발레 이사르코(Valle Isarco), 산타 마달레나(Santa Maddalena)개 16개 품종을 생산한다. 해발고도가 900∼1000m인 발레 이사르코에서는 리슬링, 실바너, 케르너, 뮐러트루가우를 산타 마달레나에선 스키아바 85%에 피노누아, 라그레인 등 레프 품종을 재배한다.  가성비 뛰어난 알토 아디제 와인을 찾는다면 칸티나 보젠 와인들이 정답입니다.

알토 아디제 와인 역사를 담은 생 미카엘 에판 대형 배럴 작품.
생 미카엘 에판 홍보담당 그레고르 오네바인(Gregor Onewein).

생 미카엘 에판(St. Michael Eppan)에선 알토 아디제의 역사를 만난다. 와이너리 건물은 1905년에 세워졌는데 당시만 오스트리아 제국의 영토였다. 홍보담당 그레고르 오네바인(Gregor Onewein)을 따라 지하셀러를 내려가자 150헥토리토(hl) 크기의 대형 배럴 또노 4개가 손님을 맞는다.1907∼1926년 알토 아디제에서 일어난 역사를 아름다운 조각으로 새겼다. 또노에 새겨진 인물들은 와인 양조의 수호성인, 와이너리 오너, 와인메이커, 레스토랑 오너 등이다. 1, 2차 세계대전 등을 거친 힘든 시기에 와인산업을 이끈 이들을 기리기 위해 이들을 조각작품으로 담았다.   

생 미카엘 에판 게뷔르츠트라미너.
생 미카엘 에판 플래그십 와인 아피우스(APPIUS).

생 미카엘 에판은 현재 포도 재배자 320명이 소속된 조합 와이너리로 총 390ha 포도밭에서 연간 280만병을 생산한다. 포도 재배자 1인당 소유한 포도밭 규모가 1ha 정도에 불과해 포도밭이 잘 관리된다. 화이트 와인 생산 비중이 75%에 달할 정도로 화이트 와인에 집중하는 곳. 기후 덕분이다. 알토 아디제는 여름에는 시칠리아 보다 더 덥다. 산으로 둘러쌓인 분지형 지형의 특성상 열기를 가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도가 높아 밤사이에 찬바람 불면서 기온이 떨어져 밸런스 좋고 산도 뛰어난 포도가 생산된다. 

생 미카엘 에판 수석와인메이커 한스 테르저(Hans Terzer).

수석와인메이커 한스 테르저(Hans Terzer)는 1977년부터  와인메이커로 활약한 알토 아디제 와인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는 “와인 생산은 반드시 품질에 기반해야한다(yield must be based upon quality)”며 와인의 품질을 강조한다. 홍보담당 오네바인(Onewein)의 이름 뜻이 재미있다. 와인이 없다는 뜻이란다. 와이너리에 와인이 없으면 어떻하느냐고 묻자 “내 이름 덕분에 와인셀러에 와인이 없을 정도로 잘 팔린다”며 너스레를 떤다.

코넬 와인 에스테이트(Kornell Wine Estate) 오너 플로리안 브리글(Florian Brigl).
코넬 화이트 와인.

볼차노 서쪽 테를라노의 코넬 와인 에스테이트(Kornell Wine Estate)는 화이트 와인도 생산하지만 레드 와인에 보다 집중하는 와이너리. 화이트 와인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을 정도로 기온이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 포도밭은 대부분 남향이고 토양은 화산암으로 이뤄졌는데 낮에 열을 머금었다 저녁에 내뿜어 레드 품종에 매우 적합한 조건을 제공한다. 포도밭은 32ha 규모이며 알토 아디제에서 오랫동안 대표 레드 품종으로 재배한 스키야바를 주로 재배하고 메를로도 조금 생산한다. 원래 17세기부터 테를라노 건너편 길란에서 와인을 만들던 가문으로 지금의 오너인 플로리안 브리글(Florian Brigl)의 증조부가 1927년 독립해 코넬을 설립했으며 현재도 가족경영으로 운영한다.

코넬 크레스펠트 메를로.
코넬 스태패스 메를로.

와이너리 건물은 1900년대 지은 수도원으로 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매물로 나오자 브리글의 증조부가 이를 매입했다. 메를로 맛집이다. 대표 와인은 스태페스(Staffes)와 크레스펠트(Kressfeld). 특히 30년 수령 올드바인으로 빚는 크레스펠트는 마치 프랑스 보르도 우안 생테밀리옹과 우아한 향이 두드러진다. 체리, 플럼, 초콜릿, 민트, 담배향이 차곡차곡 쌓여 복합적인 맛과 향을 선사한다. 브리글은 “20년은 끄떡없이 버틸 정도로 장기숙성 능력도 뛰어나다”고 자신한다. 올드 빈티지 와인이 궁금하다고 말하자 선뜻 2001년산을 꺼내 온다. 20년을 훌쩍 넘었지만 산도는 여전히 살아있고 농익은 과일향 덕분에 한모금만 마셔도 행복한 미소가 입꼬리에 걸린다.

칸티나 발레 이사르코 포도밭 테이스팅.
칸티나 발레 이사르코 포도밭 테이스팅.

◆신이 축복한 땅 해발고도 1000m 발레 이사르코

 

알토 아디제에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는 곳은 별도로 지정해 ‘마을 DOC’를 부여한다. 모두 6곳으로 발레 이사르코(Valle Isarco), 산타 마달레나(Santa Maddalena), 테를라노(Terlano), 메라네즈(Meranese), 발 베노스타(Val Venosta), 콜리 디 볼차노(Coli di Bolzano)로 마을 이름을 병에 표기할 수 있다. 이중 발레 이사르코의 포도밭은 무려 해발고도 900~1000m로 발 베노스타와 함께 고도가 가장 높아 서늘한 기후를 보인다. 따라서 그뤼너 벨트리너, 뮐러트르가우, 리슬링, 케르너 등 독일과 오스트리아 화이트 품종을 많이 재배한다.

칸티나 발레 이사르코 포도밭.
 
칸티나 발레 이사르코 실바너와 케르너.

특히 발레 이사르코는 거의 70~80도 급경사에 조성된 계단 형태 포도밭이 특징이다. 볼차노에서 동북쪽으로 30분을 달리면 발레 이사르코 도착한다. 차 한 대 지나갈 정도의 좁은 도로를 덜컹거리며 올라 산꼭대기에 만든 칸티나 발레 이사르코의 포도밭에 섰다. 발밑에 까마득하게 펼쳐진 마을 풍경이 아찔하다. 아르민 그라틀(Armin Gratl) 매니징 디렉터가 단면이 드러난 산비탈 돌을 손으로 만지자 쉽게 부서진다.

발레 이사르코 포도밭 토양.

경사가 급하고 배수가 잘 되는 토양이니 포도를 재배하기 아주 좋아 보인다. 특히 실바너 품종이 굉장히 뛰어난 것으로 입소문 났다. 프랑스 알자스보다 아로마틱하고 산도와 미네랄이 뛰어나다. 더구나 이렇게 높은 곳에 오크통 테이블로 꾸민 야외 테이스팅 공간까지 마련해 놓았으니 와인이 맛이 없다면 거짓이다. 실바너 한잔에 알토 아디제 햇살과 무공해 청정 공기 한줌을 담아 입술을 적시자 향긋한 아로마가 소소한 행복을 가슴에 안긴다.

스트라세호프 바인굿(Strasserhof Weingut) 포도밭.
스트라세호프 오너 한스 바움 가르트너 부부.
스트라세 호프 그뤼너벨트리너. 테누타 에브너(Tenuta Ebner).
테누타 에브너(Tenuta Ebner).

산을 내려 와이너리 스트라세호프 바인굿(Strasserhof Weingut)으로 들어서자 산골마을의 정겨움이 느껴지는 아담한 집 마당에서 발레 이사르코 생산자들이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며 반갑게 맞는다. 이곳 사람들은 발레 이사르코를 아이작탈(Eisacktal)이라 부르는데 생산자들의 모임인 아이작탈러 시음행사로 9개 와이너리 와인 18종이 선보였다.

프랙폴러호프(Prackfolerhof) 오너 페트라(Pertra).
프랙폴러호프(Prackfolerhof) 와인.
칸티나 발레 이사르코 리슬링과 피노그리지오.
리에링거(Rielinger).
태쉴러호프(Taschlerhof).

칸티나 발레 이사르코, 아바지아 디 노바첼라(Abbazzia di Novacella), 테누타 에브너(Tenuta Ebner), 프랙폴러호프(Prackfolerhof), 리에링거(Rielinger), 태쉴러호프(Taschlerhof), 바세레호프(Wassererhof), 비오바인굿 죌호프(Bioweingut Zöhlhof)가 실바너, 리슬링, 케르너, 피노그리지오, 소비뇽블랑, 그뤼너벨트리너 등 다양한 화이트 와인을 소개했다. 스트라세호프 오너 한스 바움가르터(Hannes Baumgarther)가 건네주는 실바너와 케르너 한잔에 여행의 피로는 눈녹듯 사라진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호주, 체코, 스위스,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볼차노(이탈리아)=글·사진 최현태기자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