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가 5일간 교전을 중지하는 대신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 수십명을 석방하는 합의에 근접했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6페이지에 걸친 합의 조건에 따르면 모든 교전 당사자는 50명 또는 그 이상의 인질이 24시간 단위로 석방되는 동안 최소 5일간 전투 작전을 중단하게 된다. 지상에서 교전이 중지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공에서 감시도 이뤄진다. 교전 중단은 이집트에서 가자지구로 반입되는 연료를 포함한 인도주의적 지원의 양을 크게 늘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인질 석방은 향후 며칠 내에 시작되고, 이는 가자지구에서 일정 기간 유지되는 첫 교전 중지가 될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석방 대상 인질에 외국인이 포함될지는 불분명하지만 여성과 어린이가 성공적으로 풀려나면 다른 인질들의 석방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전쟁 초기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가자지구로 납치한 240여명의 인질 석방을 위해 카타르의 중재로 협상을 벌여왔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은 “인질 협상 타결을 위한 걸림돌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며 “협상 타결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 타결의 걸림돌은 실무적인, (인질) 인계 방식상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 같은 보도가 나온 직후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양측 간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만 밝혀 아직 협상 결렬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부 관계자는 WP에 “최근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스라엘 내부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국내에서는 인질들이 빨리 석방되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인질 문제로 하마스와 거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며 이스라엘도 국제사회의 계속되는 휴전이나 교전 중지 촉구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속해서 늘어나는 어린이 사망은 이스라엘을 궁지로 모는 핵심 요소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당국은 이날 개전 이래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1만2300명으로 집계됐다면서 이 중 어린이가 5000여명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집계가 맞는다면 지난 6주간 가자지구에서 숨진 어린이는 작년 한 해 동안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20여개국에 걸친 세계 주요 분쟁 지역에서 사망한 어린이를 모두 합친 2985명보다 훨씬 많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유엔 통계를 인용해 전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를 거의 장악한 이스라엘이 일시적 교전 중지 협상에도 지상 작전을 조만간 남부로 확대할 수 있어 민간인 인명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최대도시인 가자시티 등 북부에 은신하던 하마스 지도부와 조직원들이 남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자 남부에는 지상작전 초기 이스라엘군의 통보에 따라 북부에서 피란한 팔레스타인 주민 수십만 명이 머물고 있다.
한편 이·하마스 전쟁과 관련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AFP통신이 카림 칸 ICC 검사장의 성명을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하마스의 인질 납치와 이스라엘의 민간인 공격 모두 대상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