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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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대선 결선투표 ‘예측불허’

현지시간 19일 오후 6시 종료

집권 좌파 마사, ‘페론주의’ 계승
극우 밀레이, 달러化 도입 등 공약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남미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19일(현지시간) 치러졌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한국시간 19일 오후 8시∼20일 오전 6시)까지 진행된 결선투표에서는 집권 좌파 ‘조국을 위한 연합’ 소속 세르히오 마사(51) 후보와 극우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53) 자유전진당 후보가 박빙 승부를 펼쳤다. 당선자는 다음달 10일 4년 임기 대통령에 취임한다.

당선인을 확정 짓지 못한 지난달 본선투표에서는 마사 후보가 36.7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현 정부 경제장관인 그는 감세와 서민 복지수당, 교통비 정부 보조 등의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이념을 뛰어넘는 ‘국민통합 정부’ 청사진을 제시했다.

세르히오 마사(왼쪽), 하비에르 밀레이. AFP연합뉴스

끝없는 경기침체 해결책으로는 미국, 중국, 브라질 등과의 교역 확대 및 수출 다변화와 공격적인 달러 보유 및 위안화를 통한 보유 외환 다변화 등을 꺼내들었다. 아르헨티나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42.7% 올라 32년 만의 최고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빈곤율은 올해 상반기 40%를 돌파해 아르헨티나 국민 10명 중 4명이 빈곤층에 속하는 상황이다.

마사 후보는 아르헨티나 주류 정치 세력인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정치 이념을 계승하는 ‘페론주의자’다. 페론주의는 노동 친화 정책과 저소득층 복지 정책 등을 주 내용으로 하며 ‘좌파 포퓰리즘’ 정책의 원조로 평가받는다.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라는 비판도 받는다.

페론주의를 비롯한 기성 정치 세력에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들을 겨냥해 등장한 인물이 밀레이 후보다. 본선투표에서 29.99% 득표율로 2위를 기록한 그는 유세현장에서 전기톱을 들고 다니며 기성 정치인들을 향한 거침없는 언사를 사용해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근에는 자신이 결선투표에서 패배한다면 마사 후보 측이 부정선거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사기’ 프레임까지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자신을 ‘무정부 자본주의자’로 칭하는 밀레이 후보는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달러로 대체하는 달러화 도입, 중앙은행 폐쇄, 장기 매매·마약·총기 소유 허용, 국토 사유화와 긴축 재정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러한 파격적 공약으로 밀레이 후보는 주로 젊은 층의 인기를 끌어모았다. 지난달 말에는 본선투표에서 3위(23.8%)로 낙선한 파트리시아 불리치(67) 전 치안장관의 지지 선언도 확보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