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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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차별 반대 ‘투명가방끈’ 난다 활동가 “실패자 만드는 구조 탓 사람들 불행해지죠” [차 한잔 나누며]

2011년부터 학력 차별에 맞서
올 수능날 한 카페에 축제 마련
입시·졸업뿐 아니라 사회적응 등
70여명 각종 ‘실패경험담’ 나눠

“절망과 실패의 손을 잡고 춤을 추자!”

 

이른 새벽부터 시험장에 들어서는 수험생들에게 응원의 물결이 쏟아진 지난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는 특별한 축제가 열렸다. 바로 ‘우리들의 실패, 실패자들의 연대’라는 이름으로 이 세상 ‘실패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축제였다.

 

2011년부터 입시경쟁교육, 학력·학벌 차별에 맞서 온 교육사회운동단체 ‘투명가방끈’의 활동가이자 이날 축제의 사회를 맡은 난다(32·활동명)씨는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을 경험한 모두가 목표 대학에 진학하고 성공할 순 없는데, 사회는 성공담에만 주목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수능 날 대학에 가지 않는 사람, 입시 위주 교육에서 밀려나고 불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모여 연대하는 축제를 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투명가방끈’ 활동가 난다(32·활동명)씨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대학 비진학자들을 위한 ‘우리들의 실패, 실패자들의 연대’ 축제를 열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지난해 고등학교 졸업생 10명 중 7명(73.3%)이 대학에 진학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10명 중 3명은 대학에 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난다씨는 “사회적 기준에서 20대 초반은 대학을 가야 할 나이고, 20대 중반에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은 삶은 쉽게 실패한 삶처럼 묘사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는 경쟁에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낙오자다’, ‘노력을 안 했다’, ‘게으르다’고 실패자 취급한다”면서 “사실은 실패자를 만들어내는 구조 때문에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난다씨는 이러한 생각을 고등학교 시절 처음 하게 됐다. 그가 다닌 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시험 성적이 떨어지면 체벌을 일삼았다. 5점이 떨어지면 5대를 맞아야 했고, 야간자율학습에 빠지고 다른 활동을 하려 하면 ‘엎드려뻗치기’ 같은 간접 체벌이 돌아왔다. 반면 성적이 우수한 친구들은 따로 선발돼 특별 지원을 받았다.

 

난다씨는 “잘못하지 않은 걸 잘못이라고 말하는 숨 막히는 학교 생활을 3년 내내 할 자신이 없었다”며 “대학에도 진짜 가고 싶어서 가려는 건지, 다른 사람 시선 때문에 가려는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고 했다. 난다씨는 그렇게 스스로 고등학교를 나와 수능을 보지 않기로 ‘선택’하고, 스물한 살에는 ‘대학입시거부선언’에 참여했다.

 

대학에 가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대신 난다씨는 20대를 학력·학벌 차별에 반대하는 ‘투명가방끈’ 활동을 통해 가방끈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전념했다. 투명가방끈은 ‘공동주거프로젝트 거부하우스’를 시작으로 2020년 ‘다다다 협동조합’을 설립해 현재 대학 비진학자들의 주거 부담을 완화하고, 학교 밖 청소년들과 청년들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사회주택을 운영 중이다.

 

이날 축제 현장에는 입시, 졸업, 학교 적응에 실패한 사람뿐 아니라 결혼 생활이나 여성으로 인정받길 실패한 사람 등 사회에서 ‘실패’로 이름 붙인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실패담’에 귀 기울였다. 완벽함이 아닌 더딤을 추구하는 ‘더딤 밴드’, 조현병 당사자 밴드 ‘콩나물 밴드’와 댄스팀 ‘모두의 훌라’ 공연도 이어졌다. 70여명의 참석자들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실패’라는 두 글자로 연결됐다.

 

축제 마지막에 난다씨는 “영화 ‘인사이드아웃’에서 모든 감정들은 소중히 그려지고 기억 구슬에 합쳐진다”며 “‘절망과 실패의 손을 잡고 춤을 추자’는 의미도 성공과 실패, 모든 다양한 경험과 정체성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