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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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잃을 게 없다”…김건희 여사 특검에 화력 집중하는 민주당

‘육참골단’

 

자신의 살을 내어주고 상대방 뼈를 자른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두고 특검법 처리를 주장하면서 대장동 50억 클럽을 소환했다. 이른바 쌍특검이다.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한 특검이 진행될 경우 검찰의 대장동 수사 중심에 서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소환될 가능성이 높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미 대장동과 관련한 이 대표 수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잃을 것이 없는 민주당으로서는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여당을 무너뜨릴 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뉴스1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화력 집중하는 민주당

 

19일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돼 재판으로 넘어가자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특검법 도입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내고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그동안 김 여사에 대한 무죄 릴레이를 펼쳐왔다”며 “수사팀의 봐주기 수사 실체를 특검으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에 대한 특검법 국회 통과를 위해선 여론조성이 필요하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4월 주장한 쌍특검법 도입을 최근 다시 꺼내 들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등과 관련한 특검 및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등 이른바 쌍특검 법안 처리에 동참하라”고 여당에 촉구했다.

 

50억 클럽은 대장동 사건의 법조 브로커 김만배씨가 청탁의 대가로 50억원을 약속했던 유력 법조인들에 대한 의혹이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박영수 전 특검, 최재형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의 이름이 올랐다. 결국 그 시작은 대장동이란 점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와 본질에서 다르지 않다. 권 전 대법관의 경우 50억 클럽의 대가로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결국 특검이 시작될 경우 이 대표에 대한 이름이 또다시 오르내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쌍특검을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미 털것은 털었다’는 것이다. 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를 통해 이 대표와 관련한 대장동 특혜 의혹은 재판으로 넘어갔고, 특검에서 더는 나올 게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서울 성동구 도이치모터스 모습. 연합뉴스

◆이미 털 건 털었다, 특검 되든 안 되든 이익 보는 민주당

 

민주당이 이처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둘러싼 김 여사 사건에 대해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검찰이 통상 관례에 비춰 무리하게 수사를 지연시켰고, 결국 봐주기 수사 의혹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50여차례 압수수색과 관련자 150명을 조사해 기소했다”면서도 김 여사와 관련한 수사의 결론은 내지 않았다. 당시 대선후보, 현재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란 점을 고려해 검찰 조사를 출석이 아닌 서면으로 진행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지난해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들을 기소했는데 현재까지도 관련자인 김 여사에 대해 결론을 내지 않은 것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권 전 회장을 기소한 지 1년11개월, 1심 판결이 난 지 8개월 이상 지났지만 김 여사 처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객관적 증거만 보면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김 여사는 주가조작에 이용된 91명의 계좌 157개 가운데 자신의 계좌를 5개나 빌려줬고, 주식 매수액도 40억원에 달해 91명 중 그 액수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많다. 거기에 권 회장 권유로 주식 5억원 어치를 직접 매수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대선을 앞두고 부담을 느낀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않고 그 결정을 대선 이후로 유보했다. 법조계에선 검찰 출신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검찰이 기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후 무혐의를 둘러싼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무혐의 조치가 이뤄질 경우 정부 여당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특검법인데 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경우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크고, 결국 이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직결된다.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윤 대통령이 김 여사에 대한 특검을 받아들일 경우 잃을 것이 너무 많다. 최근 윤 대통령의 장모가 통장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고, 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된 마당에 김 여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혹이 총선을 앞두고 전면에 나올 경우 이는 윤 대통령 가족의 문제를 넘어서 여당 선거 전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어느 길이든 민주당으로서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셈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