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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韓 퇴직연령 연장, 국민연금 보험료율 논의 서둘러야” [한강로 경제브리핑]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변화로 재정에 큰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국민연금에 대한 개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금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50여년 뒤 공공부문 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세계일보는 20일자 지면에서 고금리·고물가 등 이유로 올해 3분기 한국 기업의 부채와 부도 증가 속도가 세계 2위를 기록했다는 소식 등도 전했다. 국내 상장사 10곳 중 6곳은 3분기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을 밑돌아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 “국민연금, 퇴직 연령 연장, 보험료율 인상 등 개혁 논의해야”

 

19일 IMF 연례 협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연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2075년 한국의 공공부문 부채는 GDP 대비 200%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향후 50년 이상 연금 정책에 변화가 없고, 정부가 국민연금의 적자를 메운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해럴드 핑거 IMF 미션 단장은 “(보고서에서의) 공공부문 부채는 중앙정부의 부채만을 포함한다”며 “전망에는 법제화된 연금 개혁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 현행 체제가 지속되면 고령화가 가팔라지면서 정부 부채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 한국은 2050년 노년부양비(생산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가 80명으로 일본을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고령화된 나라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GDP 대비 연금 지출은 2009년 1.8%에서 지난해 4.0%로 높아졌고,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해 2055년 기금이 소진될 것이란 예측이다. IMF는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점도 개선돼야 할 부문이라고 덧붙였다.

 

IMF는 재정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노후 빈곤 완화를 고려한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의 상승세를 낮추기 위해 퇴직 연령의 연장, 연금의 소득대체율 하향, 연금보험료율 인상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IMF는 “각 방안이 개별적으로 실행된다면 조정 폭이 커지기 때문에 세 가지 방안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득대체율이 낮아질 경우 급여 적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기초연금 인상 등 제도 변화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IMF는 국민연금과 다른 직역 연금 등과의 통합도 장기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별도의 연금 제도 운영이 형평성에 대한 우려를 초래하고, 노동시장의 이동성을 떨어뜨려 행정적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 韓 기업, 부채·부도 증가 속도 세계 2위

 

올해 3분기 우리나라 ‘기업 빚(부채)’은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불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非)금융 기업 부채 비율은 126.1%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세계 34개국, 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가운데 이 비율이 우리나라를 웃도는 경우는 홍콩(267.9%)과 중국(166.9%)뿐이었다.

 

3분기 한국의 GDP 대비 비금융 기업 부채 비율은 직전 분기(120.9%)보다 5.2%포인트나 뛰었다. 이 증가 폭은 말레이시아(28.6%포인트)에 이어 조사 대상국 중 2위 수준이다.

 

IIF가 집계한 비금융 기업 부채 비율을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명목 GDP(2161조7739억원)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기업 부채 규모는 약 2726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가장 최근 집계된 올해 2분기 명목 GDP와 직전 3개 분기(2022년 3분기∼2023년 1분기) 명목 GDP를 합한 액수(2180조9065억원)와 비교했을 때에는 약 275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실제 우리나라의 기업 빚은 최근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신용(대출·채권·정부융자) 규모는 2019년 1분기(1847조6000억원) 1800조원대에서 2020년 1분기(2015조8000억원) 2000조원대로 올라섰고, 이후 꾸준히 늘어 지난해 4분기(2616조8000억원) 2600조원대, 올해 2분기(잠정·2705조8000억원) 2700조원대를 기록했다.

 

가계부채의 경우 우리나라의 GDP 대비 비율은 3분기 기준 100.2%로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유일하게 전체 경제 규모(GDP)를 웃돌았다. 다만 올해 2분기(101.7%)와 지난해 3분기(104.8%)보다 각각 1.5%포인트, 4.6%포인트 떨어졌다.

 

IIF는 한국을 포함해 주요 17개국의 기업 부도 증가율(올해 들어 10월까지·전년 동기 대비)도 비교했는데, 우리나라는 약 40%로 네덜란드(약 60%)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고금리·고유가 등의 여파로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상장사 중 60% 이상은 증권사들의 시장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보다 밑도는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상장사 가운데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기업은 254개사로 이 중 61%인 156개 기업이 컨센서스보다 밑도는 영업이익을 냈다. 

 

금융감독원. 뉴시스

◆ 이차전지,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공시해놓고 실적 없는 기업만 129개사

 

새롭게 이차전지, 인공지능(AI), 가상자산·대체불가토큰(NFT) 등의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공시한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아직까지 사업 추진현황이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 당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해당 기업에 대한 집중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올해 반기보고서를 대상으로 메타버스와 가상화폐·대체불가토큰(NFT), 이차전지, AI, 로봇, 신재생에너지, 코로나 등 주요 7개 테마업종의 신사업 추진현황 실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업종을 신규 사업 목적으로 추가한 상장사 233개사 중 55%인 129개사가 현재까지 관련 사업 추진현황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해당 신사업 미추진 기업들은 다년간 영업손실 및 자본잠식 등으로 재무·경영 안정성이 낮고, 관리종목 지정 해지 및 상장폐지 모면 등을 위해 부적절한 회계처리 유혹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사업 추진 발표 이후 대주주 관련자가 전환사채(CB) 전환 및 주식매도 등의 부정거래를 한 혐의가 있는 기업이 일부 발견됐고, 추가 불공정거래 연계 개연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추진 기업 129개사 중 31곳은 정기보고서와 주요사항보고서 미제출 등으로 공시위반 제재 이력이 있었다.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신사업 추진 발표 전후 과정에서 유상증자 및 CB 발행을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한 기업이 95개사에 달했으며, 이들은 평균 4회에 걸쳐 496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상장사 전체 평균(0.9회·254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금감원은 “실제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음에도 자금을 조달한 뒤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사적으로 유용할 우려가 있다”며 “사업 추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것처럼 투자자를 기만하고 부당이득을 챙기는 행위는 중대 위법행위로 간주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신규사업 미추진 기업 중 이미 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14개사는 적극적인 심사 후 감리 전환을 검토하고, 회계분석 위험요소를 고려해 4개사를 심사 대상에 추가 선정했다. 사업 미추진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경우 과거에 발표한 신사업 진행실적 및 향후 계획을 정확히 작성하도록 하고 위반사항 발견 시 수사기관 통보 등 필요한 후속 조치를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