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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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디지털 정부’ 행정망 먹통 대혼란, 재발 방지책 시급하다

지난 17일 정부의 새올 행정전산망에서 발생한 장애 상태가 어제까지도 일부 이어졌다. 정부는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등이 있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100여명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벌였다. 다행히 이상이 발생한 네트워크 장비를 확인해 교체했다고 한다. 정부는 테스트 결과도 양호해 오늘 서비스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네트워크 장비에 이상을 일으킨 정확한 원인이 뭔지 규명되지 않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디지털 정부’ 명성에 큰 오점이 아닐 수 없다. 새올 행정전산망에 사용자 인증 오류가 생기면서 전국 구청과 주민센터는 물론이고 하루 평균 120만명이 찾는 정부 온라인 민원 사이트 ‘정부24’의 민원 서류 발급이 모두 중단됐다. 집 계약이나 은행 대출에 필요한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 등의 서류를 떼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른 시민이 한둘이 아니다. 세입자 확정일자처럼 시급을 다투는 업무는 민원실에서 수기로 접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빈틈없이 구제할 책임이 있다.

정보관리원이 사고 전날 밤 진행한 대전통합전산센터 서버 보안 패치 업데이트 작업에서 사태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이나 쇼핑몰업체 등 민간기업은 서버나 전산망 업데이트를 주말이나 공휴일에 하는 게 상식이다. 혹시 생길지 모를 사태로 인한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정보관리원의 주중 야간작업은 행정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국가기관의 주요 서비스 서버와 통신·보안장비 등 정보자원을 관리하는 곳의 작업은 어느 곳보다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는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 당시 재발 방지를 위한 법까지 만들었다. 그러고서도 올 3월 법원 전산망 마비 사태에 이어 6월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오류 사태를 겪었다. 민간기업을 향해 호통을 쳐놓고선 정부의 통신·전산망 관리는 허술하게 이뤄진 것이다. ‘디지털 정부’ 구축이 속도에 치우치다 보니 정작 중요한 보안이나 안전성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북한의 사이버 공격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서버 이중화나 백업 시스템 가동 등을 통한 보안 방벽을 튼튼히 쌓아 국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