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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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라살림 경고음 커지는데 총선용 예산 증액 경쟁할 건가

野 삭감예산 살리고, 與 선심성 제시
10개 상임위 순증 요구액 9조 육박
폭주 못 막으면 재정건전성 무너져

우리나라가 연금 개혁을 하지 않으면 50여년 후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 수준으로 급증할 수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했다. 고령화가 날로 빨라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연금 적자를 메운다고 가정했을 때 부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금융협회(IIF)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부채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빨리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도 증가율도 마찬가지로 세계 2위 수준이다. 한국 정부와 민간 부문의 암울한 재정 상황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이런 소리가 안중에도 없다. 내년 예산안을 심사 중인 여야는 선심성 예산 증액 경쟁에 돌입했다. 예산 증액은 민생 회복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다. 정부가 마련한 사업예산을 대폭 깎는 대신 자신들이 요구해 온 사업예산을 늘리거나 되살리고 있다. 정부가 대폭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을 8000억원가량 늘렸고, 새만금 개발사업도 3700억원 가까이 증액했다. 이재명 대표의 핵심 정책인 지역사랑상품권 사업 예산도 7000억원 늘렸다. 반면 윤석열정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일경험지원 사업 예산 2382억원은 전액 삭감했다. 윤 대통령의 공약사항인 글로벌TOP전략연구단지원사업, 첨단바이오글로벌역량강화 예산 약 1조1600억원을 감액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여당도 총선 표심을 겨냥해 청년, 노년층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노인 임플란트 확대(2→4개),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등 40대 증액사업을 추진 중이다. 명절 기간 전 국민 대상 반값 여객선 운영 등 현금성 지원사업도 있다. “‘선거 매표’를 단호히 배격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각오가 무색하다. 현재까지 세출예산 예비심사를 마친 복지위 등 상임위 10곳에서 순증 요구액만 9조원에 육박한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 예비심사를 마치지 못한 상임위까지 합하면 증액분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 지 이미 오래다. 올해는 60조원가량의 ‘세수 펑크’도 예상된다. 그런데도 여야는 나라 곳간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심성 퍼주기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나라 미래는 보이지 않고 표만 보이는 모양이다. 정치권이 이런 식의 포퓰리즘 행태를 멈추지 않는다면 나라 살림이 거덜나는 건 시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