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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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e스포츠 팬들 운집… 고척돔·광화문서 ‘열혈 응원’ [韓 '롤드컵' 우승]

LoL 월드챔피언십 결승전 현장

고척 1만8000석 일찌감치 매진
중고사이트 암표 최고 300만원
광화문광장 초대형 전광판 설치
1만5000명 몰려 거리응원 펼쳐

T1, 웨이보 게이밍에 3대0 완승
‘제우스’ 최우제 대회 MVP 올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초대형 전광판이 설치됐다. 여기서 중계되는 영상을 보며 거리응원을 펼쳤다. 월드컵 경기도, 슈퍼스타의 공연도 아닌 ‘e스포츠’ 중계를 보기 위한 인파였다. 이들의 열기에 초겨울 추위는 한풀 꺾였고, 광화문 현장을 찾은 1만5000명은 열성적인 모습으로 5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e스포츠 최대 축제인 ‘롤드컵’을 즐겼다.

 

롤드컵은 라이엇 게임즈가 개발한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의 애칭이다. 롤드컵 결승이 1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이날 고척돔의 1만8000석은 가득 찼다. 가장 좋은 자리인 1티어석이 24만5000원으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남는 표가 없었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300만원 암표가 등장할 정도였다.

환호 e스포츠 팬들이 1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세계 최대 e스포츠 축제 롤드컵 결승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아쉬움을 달래려 광화문으로 몰렸다. e스포츠로 광화문 광장에서 거리응원전이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추위를 녹인 이날 거리응원에는 가족 단위 팬과 외국인 관광객, LoL 캐릭터를 흉내 낸 옷차림의 게임 팬 등이 한데 모여 열기가 고조됐다. 경기를 앞두고 두꺼운 옷으로 무장한 채 광장에 나온 이들은 일제히 라이엇 게임즈가 설치한 4개의 대형 스크린 앞으로 집합했다. 앞쪽에서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오전 6시부터 입장을 기다린 이도 있었다. 오후 5시30분쯤 화면 속에서 한국 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장해 이름이 호명되자 팬들은 응원봉을 두드리며 환호했다. 서울시는 올해 롤드컵에 맞춰 16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광화문 광장 일대를 e스포츠와 게임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했다. 그뿐만 아니다. 극장에서도 롤드컵을 생중계하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좌석을 판매할 정도였다. 이날 열린 결승을 유튜브 생중계로 지켜본 팬은 130만명, 네이버 중계에 접속한 인파는 20만을 훌쩍 넘어섰다.

 

열정적인 응원을 받은 한국(LCK)의 T1은 웨이보 게이밍을 3-0으로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27)은 명불허전이었다. 위기의 순간 T1을 구해낸 톱 라이너 ‘제우스’ 최우제(19)는 롤드컵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최우제는 “팬들 응원 덕분에 재미있게 연습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이처럼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는 롤드컵은 라이엇 게임즈가 해마다 직접 개최한다. LoL이 전 세계에서 1억명이 즐기는 인기게임인 만큼 롤드컵 이벤트는 e스포츠 경기 중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이번 대회는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렸다. 서울에서 롤드컵 결승이 열리는 것도 9년 만이다. 여기에 e스포츠의 상징 ‘페이커’ 이상혁이 속한 한국의 T1과 중국의 웨이보 게이밍이 맞붙으면서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응원전이 펼쳐졌다. 우승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정상에 선 팀과 마찬가지로 ‘소환사의 컵’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보석브랜드 티파니앤코가 디자인한 이 컵은 무게 약 20㎏, 높이 약 69㎝로 4개월 동안 277시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태어났다.

고척돔에서 열리는 경기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이 같은 시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모여 함께 거리응원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이 컵을 들어 올리기 위한 경쟁은 거세지고 있다. 첫 대회였던 2011년에는 8개 팀이 월드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참여했지만 이후 LoL을 즐기는 나라가 늘면서 참가 팀도 확대됐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LCK) 4팀 △중국(LPL) 4팀 △유럽중동아프리카(LEC) 3.5팀 △북미(LES) 3.5팀 △태평양연안(PCS) 2팀 △베트남(VCS) 2팀 △일본(LJL) 1팀 △라틴아메리카(LLA) 1팀 △브라질(CBLOL) 1팀까지 모두 22개 팀이 참가했다. 나즈 알레타하 라이엇 게임즈 e스포츠 글로벌 총괄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롤드컵 예선전부터 준결승까지 내부 잠정 집계한 시청률은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대회보다 65% 정도 늘었다”고 소개했다.

 

우승 팀에게 주어지는 상금도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번 대회 총상금은 222만5000달러(28억8471만원)에 달한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번 대회를 기념해 출시한 디지털 상품 매출액 가운데 25%를 총상금에 더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e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 ‘게임’에서 하나의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롤드컵 개최 전날 열린 팬 페스티벌에 참석해 “겸손한 마음으로 결승전을 기다리겠다”고 응원했고, 이날은 고척돔을 찾아 경기를 지켜봤다. 오 시장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자리했다.


정필재·정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