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는 ‘숙적’ 일본과 프로 선수들이 출전한 국가대표 대항전서 절대적 열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총 21차례 맞대결을 펼치면서 7승 14패로 크게 밀렸다. 첫 맞대결이었던 2003년 삿포로 아시아 야구 선수권에서 0-2로 패배했던 한국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두 차례나 일본을 제압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서도 2전 전승, 2009년 제2회 WBC에서도 2승 3패로 팽팽했다.
마지막 승리는 바로 지난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준결승.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의 강속구에 당시 고전했던 한국은 9회초 이대호(은퇴)의 결승타에 힘입어 4-3 역전승을 거뒀고 대회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 경기를 끝으로 대표팀은 일본에게 7연패를 기록하면서 ‘넘을 수 없는 벽’이 되는 듯했다.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7-8 패)·결승(0-8 패), 2019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8-10 패)·결승(3-5 패), 2020 도쿄 올림픽 준결승(2-5 패), 2023 WBC 1라운드(4-13 패), 그리고 이번 2023 APBC 예선(1-2 패)까지 최근 6년간 일본을 만날 때마다 패배해 고개를 숙였다.
한국이 또 한번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긋지긋했던 연패의 사슬을 끊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APBC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연장 승부치기 끝에 3-4로 패배했다. 이로써 한국은 일본, 대만, 호주 아시아 4개국 야구 유망주들이 모인 대회에서 준우승에 만족했다.
한국은 3회초 선취점을 뽑았다. KBO리그 홈런왕 노시환의 방망이가 빛났다. 선두 타자 김혜성이 일본 선발 이마이 타츠야와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나갔고, 김도영은 번트를 댄 공을 1루수 슈고 마키가 제대로 잡지 못하는 실책이 나오면서 무사 1, 2루가 됐다. 한국은 3번 타자 윤동희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4번 타자 노시환이 이마이의 초구를 노려 좌중간을 가르는 장타로 연결했다. 그 사이 1, 2루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2-0이 됐다.
일본이 조금씩 따라붙었다. 이날 호투하던 한국 선발투수 곽빈이 5회말 2사 후 일본 4번 타자 마키 슈고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면서 2-1로 좁혀졌고, 6회말엔 곽빈에 이어 등판한 최승용이 1사 3루에서 희생 플라이를 허용, 2-2 동점이 됐다.
한국은 8회에도 위기를 맞이했다. 1사 1, 2루 위기에서 최지민이 등판해 카도와키를 삼진으로 잡았고, 이후 사토를 2구 만에 땅볼로 돌려세우며 실점을 막았다.
9회까지 2-2 균형이 유지됐고, 경기는 연장 승부치기로 이어졌다. 10회초 한국은 득점에 성공했다. 윤동희는 2사 3루 상황에서 적시타를 치며 소중한 한 점을 추가하며 3-2를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은 10회말 기어이 역전에 성공했다. 마무리로 나선 정해영이 동점타와 끝내기 안타를 내주며 3-4로 아깝게 무릎을 꿇었다.
이날 선발투수 곽빈은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고, 4번타자 노시환이 3회 선제 2타점 2루타 포함 2안타로 활약하며 재능을 뽐낸건 값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