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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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 시대’ 저무나 했더니… 사상 첫 V4 ‘새 역사’

T1 4번째 우승 이끈 이상혁

7년 만에 왕좌 탈환 ‘제2 전성기’
한국서 첫 정상 올라 기쁨 두 배

‘페이커의 시대는 끝났다.’

리그오브레전드(LoL) 세계관의 최정점에 서있던 ‘페이커’ 이상혁(27·T1·사진)을 향한 냉정한 목소리가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11년간 T1에서 뛰던 이상혁은 2016년 세 번째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린 뒤 우승과 거리가 멀어졌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이상혁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팀의 주전 미드라이너 자리는 ‘쵸비’ 정지훈(21·젠지)에게 내줬다.

세간의 박한 평가가 자극이 됐던 걸까. 이상혁은 다시 한 번 롤드컵 정상에 섰고, T1과 이상혁은 전무후무한 4번째 왕좌를 차지했다.

한국 리그(LCK)의 T1은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롤드컵 결승전에서 중국 리그(LPL) 웨이보 게이밍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꺾고 우승했다. 경기 초반 웨이보는 이상혁을 잡아냈고, ‘제우스’ 최우제(19)와 ‘오너’ 문현준(20)까지 물리치며 T1에 앞서가는 듯했다. 하지만 T1은 한타(대규모 교전)에서 대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첫 경기를 따냈다. 이어 T1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자랑하며 웨이보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LCK 2번 시드인 T1은 결승전까지 승승장구했다. 16강에 나선 4개의 LCK 팀 중 3팀이 8강에 진출했지만 4강을 앞두고 젠지와 KT 롤스터가 고배를 마셨고 T1만 유일하게 준결승과 결승에 올랐다.

이상혁은 2013, 2015, 2016년에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리면서 가장 많은 우승 횟수를 자랑했지만 이후 6년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11년 내내 T1의 간판 미드라이너로 활약했던 이상혁은 또 한 번 팀을 롤드컵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두 번째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특히 이상혁은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에서 정상에 섰기에 기쁨은 배가 됐다. 이렇게 이상혁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롤드컵 네 번 우승을 이루면서 역대 최다 우승자에 이름을 올려놓게 됐다. 이 대회 전까지 롤드컵에서 역대 3회 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이상혁과 함께 활동했던 정글러 ‘벵기’ 배성웅(29)이 전부였다.

패하긴 했지만 웨이보 게이밍 역시 파란을 일으키며 박수를 받았다. 웨이보는 8강에서 북미(LCS) 1번 시드인 NRG e스포츠를 3-0으로 완파했고 4강에서는 LPL 2번 시드인 빌리빌리 게이밍을 풀 세트 접전 끝에 제압하면서 결승에 진출했다.

이번 롤드컵에서 LPL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웨이보 게이밍이 결승에 오를 것으로 내다본 사람은 없다. 웨이보 게이밍은 국제 대회에서 이미 우승을 경험한 선수와 감독으로 팀을 구성했고 이번 롤드컵에서 저력을 발휘했다.


정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