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두 달여 만에 서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출근 시간대 붐비는 지하철 승강장에 전장연 활동가와 경력, 서울교통공사(서교공) 직원들이 뒤엉키며 극심한 혼잡을 빚었고, 결국 전장연 여성 활동가 1명이 연행됐다.
전장연은 20일 오전 8시부터 시청역 2호선 승강장 당산역 방향에서 '제5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9월25일 "장애인 관련 예산 통과가 결정되는 11월13일까지 출근길 전장연 시위를 멈춘다"고 선언한 지 56일 만이다.
이날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100명 이상이 집결했다. 경찰은 이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기동대 4개 부대를 배치했다.
전장연 측은 "지난 9월 윤석열 정부가 2024년 예산을 편성할 때 장애인 이동권이 반영된 예산을 요구했지만 응답이 없다"며 "결국 윤 대통령의 반성은 속임수와 시간 끌기였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중증장애인을 이용해 사회적 약자 정치적 쇼만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 그 말을 전달하기 위해 55차 출근길 선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시민 여러분!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게 해주십시오' 팸플릿을 들고 시청역 2-1 승강장부터 칸마다 중증 장애인을 세웠다.
서교공 관계자는 시위대를 향해 "즉시 시위를 중단하고 역사 밖으로 퇴거하라"며 "퇴거 불응 시 열차 탑승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도 "역사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기자회견을 빙자한 불법 집회에 대해 집시법 위반 등을 이유로 채증을 실시한다"며 "경찰을 폭행하면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방송했다.
경찰 채증이 시작된 직후 오전 8시14분께 양측이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전장연의 음향 장비를 압수했고, 활동가들은 "폭력경찰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맞섰다.
이후 계속해서 대치를 이어가다 오전 9시2분께 전장연 활동가들이 목에 걸고 있던 피켓을 빼자, 경찰과 서교공 직원들이 길을 열어주고 탑승 발판을 놓아주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다만 박 대표는 피켓을 목에서 빼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탑승을 제지됐다. 이에 전장연 활동가들이 반발하는 과정에서 여성 활동가 1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한편, 전장연은 노동자 해고 문제 및 장애인 관련 예산 반영 등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대화를 촉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 달 1일 또다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오 시장이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거주시설연계사업을 폐지해 505명의 해고가 발생했다. 오 시장이 만약 대화에 나선다면 출근길 시위를 하지 않겠다"면서도 "그러나 만약 이런 변화가 없다면 56차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12월1일에 진행한다"고 전했다.
전장연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으로 이동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소위원회의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심사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뉴시스>